[과학이 보인다] 마이크로월드전

과학과 예술의 만남. 육안으로 볼 수 없는 빛, 미생물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광활한 우주 못지 않은 진기한 세계로 비쳐진다. 이렇게 과학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이크로 세계의 비경을 담은 1천여점의 사진과 동영상이 일반에 선보여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23일부터 예술의 전당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볼 수 없던 세계-마이크로 월드전」이 바로 그것으로 관람객들에게 인체, 생활, 자연, 시간, 빛이 빚어내는 마이크로 세계의 비경을 안내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인체의 세포나 박테리아의 마이크로 세계는 초자연적이고 현대적인 조형감각을 보여줘 사이언스 아트라는 독립된 장르로 발전했다. 이번에 67점을 출품한 데니스 쿤켈이 이 부문의 대표적 작가다.

이번 출품작들은 국내 대표적인 사진은행인 타임 스페이스와 독일의 사이언스 포토 라이브러리에서 제공받은 것들이다. 이밖에 사이언스 아티스트로 활동중인 쿤켈, 하몬드 같은 유명 작가의 작품도 소개됐다. 쿤켈이 현미경을 이용해 마이크로 세계의 이미지를 드러내는 데 관심을 쏟는 데 비해 하몬드는 움직이는 말의 한 동작처럼 순간적 이미지를 포착해내는 데 정성을 쏟는 작가다. 국내 작품으로는 경북대 병리학 교수를 역임한 손태중씨(전자현미경센터 소장), 이주용씨(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가 찍은 사진들이 다수 선보였다.

「인체의 마이크로관」 입구에는 17세기 인류 최초의 현미경인 루윈후크 현미경(2백배의 단렌즈 현미경)의 복제품이 있다. 원래 것과 똑같이 만든 이 현미경은 일본에서 빌려온 것인데 공인 복제품도 전세계적으로 9개밖에 되지 않는다.

인체관은 몸을 형상화한 22개의 모형이 다양한 자세로 배치돼 있다. 인체의 구성요소별로 담겨진 마이크로 사진들이 모형 위에 전시됐는데 5천2백배 확대한 혀, 모태 안의 태아, 눈의 동공과 핏줄, 식도, 기관지, 머리카락, 근육, 뼈, 내장 사진들이 특히 눈에 띈다.

「생활의 마이크로」관에서는 비타민, 반도체, 플라스틱, 섬유, 비누방울 등 일상 사물의 마이크로 세계를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또 「이너 스페이스」 「애들이 줄었어요」 「아이가 커졌어요」 등 4편의 영화를 각각 10분 이내로 편집한 영화도 상영한다.

「자연의 마이크로」관에는 식물, 자연현상, 화학반응, 광물, 곤충, 박테리아의 마이크로 사진이 전시돼 있다. 데니스 쿤켈의 곤충사진과 플랑크톤 사진, 이주용 교수의 화학반응 마이크로 사진도 중요한 볼거리.

「시간의 마이크로관」은 고속 사진기법으로 날아가는 총알, 전구를 통과하는 총알 등 육안으로 감지할 수 없는 순간의 동작을 포착한 사진으로 꾸며져 있다. 또 시연 코너에서는 로빈 훗의 화살이 사과를 적중하는 순간, 물방울이 떨어지는 순간 장면이 전시돼 있다.

「빛의 마이크로」관은 눈으로 보이지 않는 가시광선이나 자외선을 보여주는 주제관. 이를 위해 종교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토리노성당의 성수의 관련 사진을 보여준다. 2천여년 동안 전해왔다는 예수 수의의 진위를 밝히는 과정에서 확인되는 빛의 마이크로 세계를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한편 코너별로 동영상 모니터가 설치돼 마이크로 세계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보여주며 관람객이 직접 「미립자의 세계」에 도전할 수 있도록 광학현미경, 의료용현미경, 미니현미경도 구석구석 배치돼 있다. 마지막 출구에는 미래의 초마이크로 세계인 나노(마이크로의 최소단위, 10억분의 1m) 세계의 모습을 이미지 동영상으로 전해주고 있다.

이 전시회는 오는 8월 6일까지 계속되며 서울 전시회에 이어 대구 문화예술회관, 광주 비엔날레관, 대전 시립미술관, 부산 시립미술관을 돌며 전시될 예정이다. 입장료는 성인 8천원, 초, 중, 고교생 6천원(단체 4천원), 유치원생 4천원이다. 문의 (02)580-1132, 인터넷 「http://www.sac.or.kr」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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