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업계 경쟁력 아웃소싱으로 키운다

최근 PC업계에 새로운 강자로 떠오른 컴팩은 90년대 초만해도 고급형 컴퓨터 개발에만 매달려 어려움을 겪었다. 91년에는 창사이래 처음으로 매출액이 감소했고 순이익도 90년에 비해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다. 이에 따라 컴팩은 PC생산에만 주력하기로 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마이크로칩 개발은 인텔에 넘겨주는 「아웃소싱」 전략을 채택했다. 그 결과 93년 컴팩은 72억달러의 매출과 4억6천만 달러의 흑자를 올릴 수 있었다.

세계적인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도 아웃소싱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시스코는 전세계 라우터 시장의 70% 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만큼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회사 내에는 생산라인이 거의 없다. 대부분은 아웃소싱으로 해결하고 시스코 본사는 핵심기술 개발과 마케팅 전략 수립 등에만 매달린다.

일본의 요코가와휴렛패커드는 3년 전부터 직원들의 출장관련 업무를 JTB란 여행사에 맡기고 있다. 교통편 알선에서부터 호텔 예약, 출장비 처리까지 일괄해서 처리해주는 이 회사는 광범위한 여행정보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출장알선을 해준다.

정부 업무도 필요할 경우 과감하게 아웃소싱한다. 호주의 남호주 주정부는 미국 EDS사와 5억6천5백만 호주달러에 전산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96년부터 2004년까지 9년간 모든 전산업무를 위탁하기로 했다. 그 결과 9년간 1억 호주달러에 해당하는 세금을 절감하게 됐으며 벤처기업 창업 등을 통한 고용창출, 수출증대 등을 통해 연간 6천만 호주달러의 이익이 예상된다.

아웃소싱이란 부가가치가 낮거나 내부에서 소화할 수 없는 업무를 외부에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아웃소싱을 이용하면 작은 조직으로 사업을 전문화할 수 있다. 인력과 장비투자 절감효과도 크다. 외국의 경우 아웃소싱이 이미 일반화돼 크게 성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오래전에 아웃소싱이란 개념이 도입됐지만 좀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했었다. 외부에 맡기느니 아예 사업부를 새로 만들겠다는 대기업들의 확장정책과 중요한 내부정보를 외부에 맡길 수 없다는 불신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정보통신 업체들을 중심으로 특정 업무를 외부업체에 위탁하는 아웃소싱이 확산되고 있다. 또 정부 부처나 지방자치단체의 정보기술(IT) 업무를 민간에 위탁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최근의 아웃소싱은 경비나 청소 등의 단순 업무에서 벗어나 전산실의 정보자원 관리와 제품 생산, 고객상담까지 분야가 다양해지고 있는 것이 특징.

IT분야의 「아웃소싱」도 부분적인 위탁이 아니라 아예 전산실 운영을 통째로 맡길 만큼 전면적이다. IMF 한파 앞에서는 합리적 조직관리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면방업체인 충남방적.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한국IBM과 향후 5년간 개인업무용 PC를 제외한 모든 전산시스템을 이관하는 아웃소싱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IBM 아웃소싱본부 김영회 부장은 『이번 계약 체결로 7억5천만원 정도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충남방적의 전산실 아웃소싱을 계기로 다른 기업들로부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산실 아웃소싱에 관심을 가지는 업체가 늘어남에 따라 시스템통합(SI)업체들은 앞다퉈 아웃소싱 시장 잡기에 나서고 있다. 포스데이타는 최근 「중소기업 전산 아웃소싱서비스」를 개시했고 한국IBM도 정보시스템 관리사업부를 정보시스템 아웃소싱 사업부로 개편하면서 사업을 강화했다. LG-EDS시스템과 삼성SDS, 현대정보기술 등도 이 시장 개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고객상담을 진행하는 콜센터도 최근 아웃소싱 바람이 거센 분야다. 지난해 고객상담 전문업체인 MPC가 문을 연 데 이어 나래텔레서비스, 디엔시텔레콤 등 콜센터 전문업체들이 잇따라 설립돼 활발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서비스뱅크는 대우통신, 쌍용정보통신, 한국휴렛팩커드 등 20여개 대형업체와 정보통신기기의 유지보수 대행 계약을 체결해놓고 있다.

지난해 영업을 시작한 이 업체는 최근 유지보수 업무를 아웃소싱하려는 기업이 크게 늘면서 매출도 급증했다.

최근에는 통신인력을 파견하는 아웃소싱 업체도 신설됐다. H.NET는 고객상담이나 텔레마케팅, 기지국 보수 등의 업무를 맡는 전문인력을 파견해준다.

이 업체는 인력파견 전에 통신과 관련한 전문교육을 실시해 바로 고객사들이 이들을 현업에 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외에도 NWP 등 정보통신 시장을 겨냥한 인력 아웃소싱 업체들이 늘고 있는 추세다.

또 최근 인터넷서비스 업계에서는 기업의 인터넷, 인트라넷 시스템을 위탁받아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관리해주는 「웹호스팅」 분야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외에 정보통신 업체를 중심으로 대언론 홍보나 이벤트 업무의 아웃소싱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아웃소싱을 적극 도입하는 것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는 않다.

겉으로는 「효율성 제고」를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속셈은 남아도는 인원을 정리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사업에 대한 장기계획 없이 약간의 경비절감을 위해 무조건 업무를 외부에 맡기는 것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더 많은 아웃소싱이 우리 기업에 도입돼야 한다고 말한다. 아웃소싱이 정착되면 각 기업들이 경쟁력 있는 부분에만 집중해서 투자하게 되고 이는 곧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의 활성화로 이어진다는 것. 특히 아웃소싱이 정착되면 기업들의 부당한 내부거래가 해소돼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들의 설자리가 넓어질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장윤옥 기자>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