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컴 16강" 판촉 득실 따져보니...

지난 21일 새벽 우리나라와 네덜란의 월드컵 축구경기가 0 대 5로 끝나 16강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전자업체들이 그동안 요란하게 벌여오던 16강 진출기원 판촉행사는 완전 자취를 감춰버렸다. 사실 가전업계에서 시작돼 각 산업분야로 파급된 이른바 「16강 진출기원 판촉행사」는 어림잡아 1백만명 정도가 참여했던 최대 규모의 행사였다.

이번 판촉은 IMF 이후 얼어붙은 내수시장에 다소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고 있지만 16강 진출이 좌절된 후 한국팀이 받고 있는 여러가지 지적처럼 판촉 성과와는 관계없이 소비자의 낭비와 사행심을 불러일으키고 외화낭비를 조장한 것이라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전자업체들과 계약한 보험회사들은 16강 진출 행사를 실시하면서 한국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을 다소 부풀려 그 확률을 8%로 잡았다. 외국전문기관에 의하면 우리나라팀의 객관적인 전력으로는 16강 진출 가능성이 4% 미만이었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의 16강 진출은 「기적이 일어나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전자업체들의 16강 진출기원 판촉행사는 국민 염원의 또다른 표현이었다고 보면 무리가 없다.

전자업체들의 16강 진출기원 판촉행사에는 모두 40만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덩어리가 큰 보험 연계상품에 참여한 사람은 20여만명에 달하고 가전3사와 오디오 업체에만 10만명 정도 참여한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이번 16강 진출기원 판촉행사로 일반 소비자는 피해를 보지 않았다. 우리나라 축구팀이 16강에 진출하면 각종 제품이나 현금을 덤으로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사라진 것 이외에는 금전적인 피해는 전혀 없다.

그렇다면 이번 우리나라 월드컵팀의 16강 진출 불발로 손해를 본 쪽은 행사를 실시했던 업체들일까. 계산상으로 보면 전자업체들은 소비자의 제품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적지 않은 보험료를 냈기 때문에 손해를 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자업체들은 전반적으로 별다른 손해를 보지 않았다는 쪽이다.

LG전자와 삼성전자의 예를 들면 이들 두 회사는 이벤트 기간에 25인치 이상 TV를 각각 3만2천여대 판매했다. 평소 판매수량이 2만대 정도였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보면 16강 진출 기원 이벤트 이후 판매량은 1만2천여대가 늘어난 셈이다. 대당 이익금을 5만원으로 했을 때 이벤트를 통해 올린 추가이익은 1만2천대분의 6억원에 해당한다. 이들 두 회사가 보험회사에 납부한 보험료가 각각 5억원정도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1억원 정도가 남았다는 계산이다. 물론 광고, 판촉비를 계산해야 하는데 평소보다 1억~2억원 정도 더 썼지만 판매증가에 따른 재고축소와 공장가동률 확대 등 간접적인 이득으로 충분히 상쇄된다.

이같은 상황은 가전업체와 비슷한 시기에 판촉행사를 벌인 한국통신프리텔도 비슷하다. 이 회사는 16강 진출 기원행사를 실시하면서 모두 3억7천만원의 보험료를 내고 8만명의 신규가입자를 확보했다. 5~6개월이면 보험료와 광고판촉비까지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이 회사관계자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월드컵팀의 16강 진출은 좌절됐지만 판촉행사 자체로만 상당한 이득을 올린 업체도 있다. 케이블TV 홈쇼핑 업체인 39쇼핑은 우리나 축구팀이 16강에 진출할 경우 행사 기간에 제품을 구매한 고객에게 구매금액의 30%를, 이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구매금액의 10%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적립해주기로 했다.

이 행사를 계기로 이 기간 동안 39쇼핑은 평소의 두배에 달하는 매출실적을 올렸으며 이와 별도로 신규고객에 대한 정보를 구축하는 유형무형의 효과를 거두었다. 한마디로 성공한 판촉행사였다.

하지만 월드컵 16강 판촉은 국내 보험사들이 외국 보험사로 재보험을 들면서 많은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우리나라팀의 16강 진출 가능성에 대한 보험율을 8%로 책정해 그에 맞는 보험료를 받아 이를 외국보험회사에 6% 확률로 재보험을 들었다면 보험료의 75%가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자관련 분야에서만 그 규모는 20억원에 이른다. 이는 우리나라 팀의 16강 진출이 무산되면서 돌아올 수 없는 돈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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