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연, 예산 삭감 "비상"

정부출연연구기관들에 대한 본격적인 개혁작업이 임박한 가운데 출연연이 신청한 내년도 예산 중 최고 절반이상 삭감이 불가피해 정부출연연들의 인력감축폭이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22일 과학기술부 및 예산청에 따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 과기부 산하 20개 정부출연연구소가 내년도 예산으로 요구한 출연금은 올해 예산대비 49.7% 늘어난 6천6백12억5천1백만원에 이르고 있으나 과기부의 예산편성과정에서 무려 1천9백66억6천2백만원이 삭감된 4천6백45억8천9백만원으로 조정됨에 따라 큰 폭의 인력감축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예산청의 정부예산편성과정과 국회예산심의과정에서 과기부가 조정해 요구한 출연연 예산안이 몇 차례 수정될 것으로 보여 내년도 정부출연연구소들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

이에 따라 출연연 경영혁신과 관련, 연구소를 인위적으로 떠나는 연구소관계자들이 당초 전체인력의 8.7%보다 배 이상 확대돼 명퇴자 이외에 연구소당 1백명 이상이 떠나게 될 전망이며 일부 연구소의 경우 20%선을 넘는 1백20∼1백50명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연구소문을 나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출연연구소들은 자체적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묘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출연연별로 조정된 예산편성규모를 보면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 당초 9백40억8천1백만원을 요구했으나 44.9%가 깎인 5백28억4백만원으로 조정돼 올해보다 8.8% 증가에 그쳤으며 4백33억5천1백만원을 신청한 원자력연구소는 92억4천7백만원 감소한 3백41억4백만원으로 오히려 올해 예산보다 12.6% 줄었다.

또 화학연구소는 3백12억6천4백만원 신청에 2백30억8천9백만원으로 조정돼 올해보다 오히려 6.1% 줄었고 항공우주연구소 역시 내년도 출연금예산편성액이 1백64억8천6백만원으로 올해보다 19.2% 감소됐다. 이와 함께 정책관리연, 생명연, 연구개발정보센터, 자원연 등도 올해에 비해 정부출연금이 크게 줄었다. 반면 한국과학기술원,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과학지원연구소, 과학재단 등은 두자릿수 이상 예산편성액이 늘었으며 전기연구소, 에너지연, 표준연, 기계연 등도 올해보다 약간 늘었거나 비슷한 수준으로 편성됐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출연연 인력들의 인건비를 올해 수준으로 묶고 단순비교해봐도 출연금지원이 줄어든 연구소들의 경우 인력을 줄이지 않고서는 버텨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해 물리적인 인력감축이나 통합보다는 정부출연금을 줄여 출연연 스스로 인력을 감축하도록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출연연의 한 관계자는 『과기부가 예산청에 제출한 예산편성안을 보면 인력감원없이 고통분담차원에서 줄어든 예산만큼 급여 등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버텨낼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말하고 『명퇴자들을 제외하고도 이번 예산삭감으로 적어도 당초 계획보다 20∼30명 이상을 추가로 감원할 수밖에 없어 난감한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미뤄왔던 출연연의 자체 인력감원이 하반기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정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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