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에 가린 채 암호명 「카타나」로 불려왔던 세가사의 차세대 게임기가 공개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세가사는 지난달 말 미국에서 열린 E3쇼에서 「드림캐스트(Dreamcast)」의 청사진을 내보인 후 게임기 업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기선제압에 나섰다. 이 회사는 E3쇼 행사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이 제품은 이름 그대로 게이머들이 꿈꿔왔던 드림 머신(Dream Machine)」이라며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퇴장한 후엔 북미시장에만 무려 1억 달러를 투입해 광고부터 세일즈 프로모션, 이벤트, 소매상 판촉전략에 이르기까지 사상최대의 홍보전을 시작한 것.
현재 신세대 겨냥 TV광고의 선두주자 FCB사를 비롯해 버거킹으로 유명세를 탄 알콘 마케팅 그룹이 게임의 주 타깃 연령층인 10대 중반부터 20대를 사로잡을 만한 자극적인 CF와 프로모션을 준비중이다. 코카콜라와 모토롤라 캠페인으로 주가를 올렸던 하워드 말보로 그룹은 고객 설문조사와 매장 내 마케팅(In Store Marketing)을 맡았다. 그런가 하면 할리우드 최고의 연예홍보 전문가 그룹 캐털리스트가 뉴스쇼와 영화프로그램, 음악 이벤트를 돌며 쉴 새 없이 세가사의 이름을 언급하고 있다.
알고보면 드림캐스트는 일본시장에 오는 11월20일, 미국시장에는 내년 하반기에나 선보일 예정이다. 과연 어떤 게임기가 발매를 5개월이나 앞둔 시점에서 이처럼 요란한 광고사례를 받는 것일까.
발표에 따르면 드림캐스트는 1인 3역의 수퍼 게임기다. 우선 세턴의 맥을 잇는 가정용 비디오게임기인 동시에 PC게임, 그리고 네트워크 게임까지 즐길 수 있다. 전자우편, 채팅, 멀티플레이어 게임 등을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CE 덕분이라는 설명. 아직 프로토 타입만이 완성된 단계지만 세가의 호언장담이 실현될 경우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은 분명하다.
인터렉티브 기능도 대폭 강화된다. 풋볼 게임을 하면서 플레이어가 터치와 태클의 미묘한 차이를 구별해 낼 수 있을 정도라는 것. 명함 만한 크기의 비주얼 메모리 시스템(VMS) 카드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롤 플레잉 게임을 하다가 VMS카드를 콘솔에 끼우면 액정스크린 위에서 다른 게이머들은 불가능한 비밀공격이나 특수한 동작을 마음껏 할 수 있다.
그밖에도 드림캐스트의 기본사양은 게이머들이 탐을 낼 만 하다. CPU는 3D연산을 1백28비트로 수행하는 히타치의 슈퍼H RISC 시리즈 최신 버전 200㎒ SH-4, 그래픽카드는 초당 최대 3백만 폴리곤을 처리하는 NEC의 파워VR 차세대 버전을 채용한다. 오디오는 음악과 사람의 목소리, 사운드 효과 등을 64채널로 내보내는 야마하의 리얼타임 3D 오디오 칩세트. 고속으로 억세스할 수 있는 CD롬드라이브도 장착될 예정이다. 가정용 게임기에 맞도록 기능이 최적화된 윈도CE는 MS윈도 기반의 PC와 호환성을 보장해 준다.
이 정도 성능이 사실이라면 시야를 가리는 뿌연 안개와 바람이 부는 호수의 출렁임, 고목나무가 만들어 내는 그림자와 같이 세밀한 표현이 가능하고 새벽부터 밤까지 시간의 흐름을 리얼타임으로 전달할 수 있다. 세가사측은 드림캐스트야 말로 기존 가정용 게임기가 지녔던 기술적인 제한을 뛰어넘는 토탈 시스템 퍼포먼스를 구현해 산업의 새로운 표준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어클레임, 미드웨이, GT인터액티브, 인터플레이, 마이크로프로스 등 메이저 게임제작 및 유통사들이 드림캐스트용 이같은 성능을 입증해줄 신작 타이틀을 개발중에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처럼 성급한 홍보전에 대해 새턴의 판매부진으로 인해 게임기 왕국의 위신이 추락하면서 세가가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너무 무리수를 두는 것이 아니냐며 비아냥거리기도 한다. 그러나 유력한 게임전문지에서 최근 게이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미 이 차세대 게임기를 구입하겠다는 응답이 4백 51명이며 드림캐스트가 뭔지 모르겠다고 말한 사람은 14명에 불과할 만큼 세가는 일단 눈길 끌기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극적인 연적승이 될지 또 다른 패배가 될 것인지 알기 위해서는 최소한 올 연말까지 기다려야 한다.
<이선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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