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열리고 있는 월드컵 1차전에서 한국이 멕시코에 3대 1로 패했지만 로봇 월드컵에서만은 꼭 우승을 차지하고 돌아오겠습니다.』
고려대 공대 1호관 3층에 자리잡고 있는 자동제어연구실에는 요즈음 이 대학 로봇동아리인 「꼬마전구(회장 이관수, 전기 3년)」 소속 학생들이 제작한 로봇들이 서로 팀을 이루어 축구경기를 벌이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들은 모두 프랑스월드컵 기간중인 오는 30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파리 국립과학관에서 벌어지는 「로봇월드컵98」에 참가하는 「로봇축구팀」에 소속된 「로봇축구선수」들이다.
이들중 이 동아리 졸업생들이 창업한 휴먼인터페이스(대표 김병수)가 개발한 「더키즈(The Keys)」팀은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지역 예선에서 결승전까지 4게임을 벌이는 동안 한 골도 내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3게임을 잇따라 콜드게임(7점차 이상)으로 승리하는 등 월등한 기량을 과시함으로써 이번 로봇월드컵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더키즈」팀의 장점은 개인기. 고속영상처리칩과 독자적인 그래픽카드를 내장해 로봇의 이동속도가 빠르고 패스와 슛도 비교적 정확하기 때문에 지난해 우승팀인 미국 「뉴턴랩(MIT출신 벤처기업 뉴턴리서치랩 제작)」팀에 비해 개인기는 물론 팀워크 등 모든 기량이 한수 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꼬마전구의 재학생들이 제작한 2개의 축구팀인 「엘리자」와 「크림슨」팀도 각각 이번 대회에서 로봇 3대가 한 팀을 이뤄 겨루는 종합부문과 1대만 경기에 참가하는 싱글부문에서 나란히 3위에 입상함으로써 고려대가 KAIST나 포항공대 등을 따돌리고 대학 로봇축구에 관한 한 국내 최정상임을 다시 한번 과시했다.
이러한 성과는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꼬마전구는 지난 88년 설립되어 올해 만 10주년을 맞는 등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로봇연구동아리로 그동안 수많은 선, 후배들이 다양한 미로찾기 로봇, 직선 따라가는 로봇 등을 개발했던 노하우를 고스란히 축적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이번에 「크림슨」을 출품, 싱글부문에서 3위에 입상한 이병주씨(기계과, 박사과정)의 경우 이미 지난 95년 명지대에서 개최된 전국 마이크로로봇경진대회에서 우숭한 것을 비롯해 일본 마이크로로봇경진대회 등에서도 잇따라 메달을 따는 등 뛰어난 활약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 회원은 또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그동안 연구했던 로봇관련 기술을 바탕으로 벤처기업을 창업하기도 한다. 최근 휴먼인터페이스를 설립한 김병수 사장은 『어릴 적부터 꿈꾸어오던 로봇을 실현하기 위해 동아리 후배와 회사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김 사장은 최근 몇 달간 로봇축구팀을 개발하느라 본업을 제쳐두었지만 지난해에는 소프트웨어 개발만으로 1억5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한 실력파. 고려대 「꼬마전구」에는 이처럼 졸업 후 창업을 꿈꾸는 수많은 예비창업자들이 오늘도 밤늦게까지 로봇연구 및 시제품 제작에 땀을 흘리고 있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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