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제이티에스 김명기 사장

『번역오류 0%에 도전한다.』

국내 번역전문업체 최초로 ISO9002를 취득한 제이티에스 김명기 사장은 번역업체들도 일반 제조업체처럼 「번역품질」을 보장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공룡기업들과 치열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첨단 기술과 마케팅기법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협상하려면 각종 서류와 자료를 각국 언어로 정밀하게 번역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동안 번역업체들은 몇몇 전문가들이 프리랜서를 고용, 카탈로그나 보도자료, 제품설명서, 책자 등을 주먹구구식으로 번역해온 게 사실. 김명기 사장은 이런 방식으로는 세계 공룡기업들과의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잘라말한다.

『얼마나 정밀한 전문, 기술번역물을 만들어내는지 여부가 곧 기업경쟁력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입니다. 세계 정상급 제품을 생산해 놓고도 조악한 번역에 초라한 매뉴얼을 끼워 공급한다면 해외에서 외면받는 게 당연합니다.』

제이티에스가 번역업체 중 세계 3, 4번째로 ISO 인증을 받게 된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김 사장은 『번역 업무생산성을 높이면서 고품질 번역물을 생산하려면 「시스템적 업무처리」 도입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오역을 방지할 수 있는 정교한 업무흐름도에 따라 작업한다면 번역사의 자질이나 전문가 감수능력에 영향을 받지 않고 일정한 수준의 고품질 번역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이티에스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용어정의 △번역 △어학감수 △자료수정 △기술감수 △국문교정 △컴파일, 테스트 △최종감수 △고객검수 △납품 등 10여개의 시스템화된 공정도에 따라 번역을 실시해 번역의 시스템화 및 계량화를 마친 상태다.

이번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영국의 LRQA로부터 ISO9002 인증을 단숨에 받아낼 수 있었던 것도 평소 번역품질에 대한 투자와 관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번역에 대한 가치평가가 미진한 게 사실이지만 WTO, IMF 등의 여파로 「번역산업」이 새로운 고부가가치 업종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장담한다. 실제 일본은 지난 96년 번역산업 매출이 무려 16조원을 넘고 있다.

김 사장은 취약한 국내 번역전문업체들의 구심점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4월 한국번역협회를 설립, 현재 협회장으로 활발하게 활동중이다.

그는 국내기업들의 번역업무에 대한 가치평가가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한다. ISO 인증 소식이 전해지면서 외국 다국적 기업들의 주문의뢰가 쇄도하고 있지만 국내기업들은 「왜 번역업체가 ISO 인증을 받아야 하는지, 번역에 무슨 품질이 있는지」 반문하는 수준이라는 것.

김 사장은 『기업은 물론 정부기관조차 번역입찰에 최저단가제를 적용함에 따라 정확도가 필수적인 첨단기술번역 용역도 국제 시세의 1/4∼1/5 이하로 책정돼 품질을 보장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번역업계의 대형 고객인 MS, IBM 등 세계적 업체들이 번역의뢰시 ISO 인증을 마친 기업에 우선권을 주고 있지만 덤핑수준의 가격경쟁에 매달리고 있는 국내 번역업체들이 ISO 인증에 관심을 보일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것.

그는 『까다로운 ISO 인증을 받아냄에 따라 세계 정상급 번역업체로 공인받게 됐다』면서 『그동안 외국 대형번역사의 하청업체 역할을 맡아왔지만 이를 계기로 세계 공룡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원청(元請)업체로 탈바꿈해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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