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컴팩컴퓨터와 디지털이퀴프먼트(DEC)사의 합병이 일달락됨에 따라 이들 업체의 한국내 현지법인인 한국컴팩컴퓨터(대표 강성욱)와 한국디지탈(대표 조지 글라식)간 통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컴팩컴퓨터와 한국디지탈은 최근 두회사 조직을 통합하기 위한 통합추진팀을 발족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통합추진팀은 각사에서 재무, 인사, 영업담당 임원을 중심으로 구성해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이달중으로 두 회사의 조직통합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재 진행중인 양사 조직통합의 핵심사안은 크게 두가지.
우선 관심의 초점이 되는 부분은 이들 두 회사를 총괄하는 통합사장에 누가 선임될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통합사장 선임작업은 컴팩컴퓨터의 아시아, 태평양지역 본사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다음달 5일경 적임자를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통합사장 선임과 관련, 가장 먼저 거론되고 있는 인물은 현재 한국컴팩컴퓨터의 사장인 강성욱씨. 젊고 패기있는 인물을 선호하는 컴팩컴퓨터 본사의 시각에서 볼때 강 사장이 경륜은 짧지만 추진력과 감각면에서 뛰어난 것으로 평가, 신임 통합사령탑이라는 시험무대에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컴퓨터업계에서는 현재 두 회사가 합쳐질 경우 종업원 4백명이 넘는 대규모 조직을 갖춘 중대형컴퓨터업체가 새롭게 탄생하게 돼 최소한 수백명 이상의 조직운영 경험이 있는 인물로 결정될 것이라는 시각도 만만찮다. 이에 따라 한국의 경우 미국 본사와는 달리 한국디지탈이 조직규모나 제품라인 등 여러 측면에서 한국컴팩컴퓨터에 비해 복잡하고 포괄적인 사업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 때문에 한국디지탈측에서 통합사장이 나올 수 있다는 예상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두 회사의 통합조직이 앞으로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사업부문에 무게중심을 둘 것에 대비해 한국IBM 등 중대형 솔루션업체의 경영자를 영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관련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통합사장 선임과 더불어 중복사업부서에 대한 인력조정 문제도 급진전될 전망이다. 이미 본사차원의 합병이 완료됨에 따라 DEC 1만5천명, 컴팩 2천명을 합쳐 총 1만7천명 정도의인원이 정리될 것이라는 주장이 지배적이어서 한국내 현지법인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두 회사의 중복조직인 PC사업부를 비롯한 재무, 인사, 관리, 마케팅팀의 일부 인원들에 대한 감원조치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두 회사는 조직통합 작업의 일환으로 최근 전자우편시스템을 공유키로 했다.
한국컴팩컴퓨터는 이번 한국디지털과의 통합작업을 계기로 오는 2000년에 국내 중대형 컴퓨터시장에서 매출과 인력면에서 3위권 업체로 성장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컴퓨터업계 전문가들은 기술중심의 보수적 성향을 지닌 한국디지탈과 마케팅 위주의 진취적인 색채가 짙은 한국컴팩컴퓨터간의 문화적인 차이가 크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두 회사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주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김영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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