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한글" 살리기

한글과컴퓨터의 「아래아한글」사업 포기가 큰 충격을 주고 있다. 그것은 패키지 소프트웨어(SW) 전문업체인 한글과컴퓨터가 그동안 황무지나 다름없었던 척박한 우리나라 SW산업의 풍토를 이만큼이나 일궈낸 개척자로서 남달리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아 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 70%를 상회하는 국내시장 점유율과 연간 2백억원을 상회하는 매출액 등으로 세계적인 성공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한글과컴퓨터가 겨우 1천만 달러 내지 2천만 달러에 사업을 포기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사업포기 대가로 받아들이는 외국자본도 하필이면 어제까지만 해도 치열한 경쟁상대였던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였느냐 하는 것도 국내 SW산업계는 물론 컴퓨터 사용자들을 경악케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 컴퓨터업계는 앞으로 「MS워드」가 국내시장을 완전 장악하게 될 경우 엄청난 액수의 로열티 지불도 큰 걱정이며 그룹웨어 등 여타 SW분야의 개발도 위축되는 등 그 파장이 결코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아래아한글」 사업 포기를 전제로 한 마이크로소프트의 한컴에 대한 지분 참여가 공정거래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보고 두 회사간의 자세한 계약내용을 입수, 불공정성 여부를 가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아래아한글」관련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은 긴급모임을 갖고 한컴의 「아래아한글」사업 포기결정을 번복토록 한컴의 이찬진 사장을 설득하기로 했으며 네티즌들은 천리안, 유니텔 등 주요 PC통신에 「아래아한글」 살리기 서명운동 코너를 만들어 켐페인을 벌이고 있고 전산관련 대학생들도 「아래아한글」 살리기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한글과컴퓨터가 주력사업을 포기하게된 직접적인 원인은 IMF한파로 인한 경기침체와 자금난 때문이라고 하지만 「아래아한글」 포기가 가져다 준 교훈도 적지 않은 것 같다. 그동안 국산 SW의 자존심이자 젊은이들의 우상으로 추앙을 받아오던 한컴은 정말 이대로 왔다가 이대로 가는 것일까. 성공확률이 단 몇 %밖에 안된다는 벤처기업 육성에 정부지원이 강화되고 있고 특히 전자, 정보통신분야에서의 벤처기업 창업의욕을 북돋기 위해 다각적인 지원대책이 강구되고 있는데 한편에서는 벤처기업으로 성공한 우리나라의 간판격인 기업이 얼마안되는 외국인 투자에 두손을 든다는 것이 어쩐지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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