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개발을 포기하겠다는 한글과컴퓨터의 선언이 나오자 국내 소프트웨어(SW)업계는 큰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SW업계는 대체로 이같은 상황에 이를 정도로 척박한 국내SW개발 환경을 개탄하는 목소리를 높였으며,앞으로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소비자의 정품 사용 움직임을 확산시키고 정책당국의 무분별한 벤처기업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한국SW산업협회(회장 남궁 석)는 16일 성명서를 통해 『한글과컴퓨터의 개발 중단으로 마이크로소프트가 국내 워드프로세서시장을 독점하게 돼 소비자의 선택의 폭이 사라졌으며 시장의 자율적인 가격조정 기능도 상실, 소비자 부담만 늘어나 자칫 정보화를 역행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협회는 또 『외산 워드프로세서가 시장을 장악함으로써 한글의 고유한 특성을 살리지 못하는위기에 놓였으며 국내 SW개발자들의 개발의욕이 수그러든 것도 큰 문제』라면서 『이를 계기로 신생업체의 창업에만 초점이 맞춰진 정부의 벤쳐기업정책도 기존 업체를 육성하는 쪽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흥호 나모인터렉티브 사장은 『한글과컴퓨터의 이번 조치가 회사를 살리기 위한 자구책이라는 점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나 이 지경까지 이른 현실이 너무 답답할 뿐이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국내 SW개발자들은 더욱 분발해야 하며 제값을 주고 SW를 사겠다는 소비자 의식도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때 한글과컴퓨터와 제품을 공동 개발한 경험이 있는 김재훈 폴리픽스 사장은 『대표적인SW인 한글이 시라져 사실상 국내 SW산업 1세대의 시대가 끝났다. 마지막 보루가 무너져안타까운 마음이며 다만 이번 일로 후배 벤처기업가들이 의욕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산 워드프로세서시장에서 한글과컴퓨터와 경쟁을 벌여온 삼성전자측도 이날 공식 입장을 표명햇다.삼성전자는 『워드프로세서시장에서 한컴의 탈락으로 이제 국산 제품은 사실상 훈민정음만 남게 됐으며 「MS워드」의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해 개발인력을 보강, 훈민정음의성능을 개선하고 다른 SW와의 호환성을 높이는 기술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신근영 SW유통협의회 회장은 『「한글」의 단종은 SW 유통업체가 취급할 수 있는 인기상품이 사라지는 것으로 IMF와 경기불황에 따른 매출 급감으로 고통을 받는 유통업계의 입장에서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SW유통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들은 『국산 SW의 대명사인 한글이 시장에서 사라지면서 국내SW시장을 독점하게 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그 지위를 이용해,가격을 올리는 횡포를 부릴 게뻔하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한 SW유통업체들의 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모았다.
<신화수,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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