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저장장치] RAID시장 동향

IMF 한파로 컴퓨터업계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서도 중대형 컴퓨터용 보조기억장치(RAID:Redundant Array of Inexpensive Disks) 만큼은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금융권을 시작으로 국내기업들의 구조조정과 인수합병이 컴퓨터 시스템을 새로 구축하는 것보다 차선책인 RAID 증설을 유발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또 고객서비스 강화가 곧 생명이기도 한 금융기관과 통신업체들의 데이터베이스(DB) 이중화나 백업용 수요가 IMF 한파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정보사회로 급진전되면서 데이터 양이 지속적으로 늘어남으로써 정보 저장이나 관리, 그리고 정보손실에 대한 대비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전망이다. 따라서 RAID는 앞으로 정보기술(IT) 산업의 중심축을 형성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올해 국내 RAID 시장은 지난해의 약 1천6백억원 규모를 넘어서지는 못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에는 개인휴대통신(PCS)을 비롯한 이동통신업체들이 전면에 부상하면서 RAID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전체 시장규모(금액)면에서 40% 이상 확대됐으나 올해는 큰 폭으로 성장할 만한 호재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하반기 들어 금융기관과 기업의 인수합병이 활발하게 진행된다면 이에 따른 RAID 수요는 연말 또는 내년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가운데 메인프레임용이 주류를 이루어온 RAID 시장은 점차 유닉스나 윈도NT 서버 같은 오픈시스템쪽으로 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IDC의 조사분석에 따르면 전세계 디스크 스토리지(RAID) 시장은 지난해 메인프레임(S/390)용 수요가 15% 이상 줄어든 데 비해 유닉스와 윈도NT 서버용 수요는 2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메인프레임용 RAID는 미국의 EMC와 IBM, 일본 히타치가 세계 시장수요를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해 EMC는 13억1천만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세계 메인프레임용 RAID 시장의 42%를 차지했으며 IBM은 11억6천8백만달러로 37.5%, 히타치가 5억3천7백만달러로 17.2%를 점했다. 일본 후지쯔의 미국내 자회사인 암달은 메인프레임용 RAID 판매액이 9천3백만달러로 3%를 차지했다.

유닉스 서버용 RAID 시장은 지난해 메인프레임용보다 3배 가까운 90억달러 규모를 형성하면서 선마이크로시스템스, IBM, HP, EMC이 4강 체제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18.8%), IBM(15.0%), HP(13.3%), EMC(12.7%) 등 이들 4사가 전체 유닉스 서버용 RAID 시장의 약 60%(54억달러)를 장악했으며 DEC를 비롯한 관련 업체들이 나머지 시장을 놓고 경합을 벌이고 있다.

윈도용 RAID 시장은 오픈시스템 시장의 급속한 신장에 편승해 지난해 메인프레임용 RAID와 거의 맞먹는 31억달러 규모로 확대됐다. 이 가운데 PC서버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컴팩컴퓨터가 35.5%(11억달러)를 차지, 다른 업체들보다 크게 앞섰으며 지난 연초에 컴팩컴퓨터가 인수한 DEC가 12.9%(4억달러)로 뒤를 잇고 있어 윈도NT용 RAID 시장은 사실상 컴팩컴퓨터가 절반 가까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림 3>

국내 RAID 시장은 지난해 1천6백여억원 가운데 메인프레임을 중심으로 한 대형 서버용 RAID가 7백30여억원 규모로 전체시장의 45% 정도를 차지했으나 그 비중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특정 유닉스 서버에서만 지원되는 RAID 시장은 약 4백억원 규모를 형성했으며 범용 유닉스 서버용 RAID 시장은 3백5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또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크게 부각하고 있는 윈도NT용 RAID 시장은 1백20억여원 규모로 확대된 것으로 관련업계는 보고 있다.

업체별로는 최근 한국EMC의 급신장이 두드러진 특징이라 할 수 있다. RAID 전문업체인 한국EMC는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를 앞세워 설립 2년여 만인 지난해 5백85억원의 매출을 올려 난공불락의 IBM 메인프레임용 RAID 시장을 급속히 파고들었다. 현재 메인프레임용 RAID는 주로 한국IBM, 한국유니시스, 한국후지쯔가 자사 메인프레임과 함께 묶어 공급하고 있으며 한국EMC,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LG히다찌가 메인프레임용 RAID를 판매하고 있다.

메인프레임 다음으로 시장규모가 큰 특정업체 전용 유닉스 서버용 RAID 시장은 한국HP, 한국디지탈, 한국NCR, 한국실리콘그래픽스, 지멘스정보시스템, 씨퀀트코리아 등 주요 유닉스 서버업체들이 대부분 본사 차원에서 체결한 특정 RAID업체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RAID를 공급받고 있다.

전용 유닉스 서버용 RAID 시장 다음으로 규모가 큰 개방형 RAID 시장은 RAID 전문업체들이 현재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비롯한 선 호환기 업체의 RAID, 한국IBM 등 메인프레임에 치중하고 있는 업체의 유닉스 서버용 RAID, 국산 주전산기용 RAID가 RAID 전문업체의 주공략 대상이다.

RAID 시장은 앞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까지 결합한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로 이행할 전망이다. 최근 들어 몇몇 업체가 하드웨어 외에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서비스 기능을 강화한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이는 또 이제 RAID가 단순한 정보 저장장치가 아님을 의미하는 주목되는 대목이다.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데이터의 보호, 공유, 관리 기능을 제공하면서 전사적으로 활용되는 데이터의 효율성을 강화한 차세대 스토리지 제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는 다양한 OS에서 활용 가능한 오픈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으며 특히 데이터를 총괄적으로 관리하는 인텔리전트 기능을 지원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EMC, IBM, 데이터제너럴(DG),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주요 스토리지 생산업체들은 최근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를 잇따라 발표하고 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주요 스토리지 업체들의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 시장 진출은 최근 기업내 데이터가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인터넷 활용을 통한 데이터가 급증함에 따라 웹기능을 강화한 상품의 시장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의 가장 큰 특징은 개방형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요 스토리지 업체가 최근 출시한 엔터프라이즈 스토리지를 보면 RS/6000(IBM), HP-UX(HP), 솔라리스(썬소프트), NT서버 등 이기종의 OS에서 데이터 공유와 분할저장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이같은 개방형 스토리지 방식은 여러 소프트웨어를 통합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게 새로운 애플리케이션 수용이 가능하며 업그레이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장착할 수 있어 기업의 비용을 대폭적으로 절감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렇듯 RAID 시장은 네트워크 컴퓨팅,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서버통합에 대한 기업의 관심집중에 따라 단순히 플랫폼에 의존하거나 단순한 기능제공의 저장장치가 아니라 기업의 업무 환경과 요구에 따라 데이터 가치와 투자, 운영관리 측면에서 큰 이점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솔루션으로 다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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