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저장장치] 저장매체시장 "무지개 뜬다"

세계 저장매체시장은 가장 성장률이 높은 분야로 알려져 있으며 앞으로도 이같은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전망은 전세계적으로 비즈니스나 개인적으로 사용되는 데이터의 약 80%가 아직 종이에 의존하고 있는데다 멀티미디어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데이터 증가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진전되고 있고 전세계에서 2억4천만대의 PC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저장매체의 잠재수요가 무궁무진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PC에 24만테라바이트(TB)에 상당하는 디지털 데이터가 존재하며 앞으로도 1백만TB에 상당하는 데이터가 어떤 형태로든 저장돼야 한다는 것도 저장매체시장의 잠재성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영국의 컴퓨터, 정보가전시장 조사기관인 언더스탠딩 앤드 솔루션스(Understanding & Solutions)사는 이같은 환경적인 측면을 고려할 때 전세계적으로 37억만장 가량의 CD리코더블(CDR) 미디어에 해당하는 저장공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점 때문에 전세계 컴퓨터업계에서는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FDD)에서 디스크 어레이에 이르는 다양한 종류의 저장장치를 개발, 보급하고 있으며 제조회사마다 주도권을 잡기 위한 표준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언더스탠딩 앤드 솔루션스사는 따라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저장매체시장에서 성공하는 개발사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저가 드라이브와 미디어 공급능력을 꼽았다. 차세대 FDD든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나 광저장매체든 치열한 경쟁시대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제품가격이 경쟁제품보다 비교우위를 점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제품의 신뢰성도 저장매체로서 대중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요건이며 관련업계의 지원도 최근 비중을 더하고 있는 조건으로 등장했다. 이외에 소비자들의 요구나 스토리지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용량증가율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개발업체의 역량도 제품자체의 성능 못지않은 주요요건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잠재수요로 존재하고 있는 1백만TB시장을 노리는 저장매체업계의 경쟁도 치열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분야 가운데 하나가 전세계 2억4천만대의 PC에 설치된 FDD를 대체하려는 미국 아이오메가와 이메이션, 일본 소니의 차세대 FDD 표준경쟁이다.

아이오메가는 지난 95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세계적으로 1천3백만대의 집(Zip)드라이브를 공급해 보급률면에서 가장 유리한 위치에 다가서있는 상태다. 집드라이브는 파산 직전의 아이오메가를 우량기업으로 전환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VCR나 다른 어떤 가전기기보다 빠른 성장을 거둔 히트상품이다.

집드라이브의 성장세와 관련해 언더스탠딩 앤드 솔루션스사는 전세계 PC가 3억5천5백만대의 수준을 갖게 되는 오는 2000년에는 2천1백만대의 집드라이브가 공급돼 2000년 이전까지 공급될 CDR드라이브와 CD리라이터블(CDRW)드라이브를 합친 규모만큼의 시장을 점유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이오메가는 기존 3.5인치 FDD와의 호환성이 없다는 최대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용도의 디스켓과 부팅기능 및 소프트웨어 강화를 통해 시장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메이션도 아이오메가의 시장독주체제에 제동을 걸기 위해 최근 팔을 걷고 나섰다. 이메이션은 지난 85년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3.5인치 플로피디스켓을 그대로 사용하려는 컴퓨터 사용자들이 대부분이라는 계산 아래 「슈퍼디스크 LS-120」이 갖고 있는 기존 FDD와의 하위 호환성을 무기로 대대적인 양산채비를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이오메가, 이메이션 두회사 제품이 차세대 FDD 표준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험난한 역정이 남아있는 상태다. 제품의 안정성과 신뢰성에 대한 크고 작은 클레임이 제기되고 있으며 표준선점을 위해 갖춰야 할 중요한 조건 중 하나인 「업계지원」이라는 기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컴퓨터 사용환경의 다양화와 PC시장의 저가화경쟁 등 차세대 FDD 표준선점을 위해 뛰어넘어야 할 난관이 수없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기존 3.5인치 FDD 개발사인 일본 소니까지 이 시장에 진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칠 예정이어서 두 회사에 부담을 주는 한편 차세대 FDD시장의 혼전국면을 더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한편 컴퓨터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어 보조기억장치라는 말 자체가 거추장스러운 저장매체인 HDD는 현재 10∼14기가바이트(GB) IDE방식 제품이 개발되는 등 저장용량면에서 확대일로 추세를 걷고 있다. 특히 HDD는 컴퓨터용 저장매체라는 전통적인 개념에서 한발 더 나아가 프린터와 세트톱박스, 오락실 게임기 및 카지노의 슬롯머신에 이르기 용도가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HDD시장은 그러나 공급업체의 난립으로 인한 경쟁체제로 수익성이 극도로 떨어지고 있는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일부 제조업체는 생존을 위해 기술이나 영업마케팅에 대한 전략적인 제휴를 추진하고 있어 시장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상황면에서 HDD 제조회사들은 경쟁체제로 인한 과잉생산과 재고누적으로 지난해 극심한 불황을 겪었으나 이런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맥스터, 후지쯔, 삼성전자 등 아시아권 업체들은 두각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특히 맥스터는 과감한 인센티브제도의 도입과 제품라인의 단순화, 우수한 임원진의 영입 등을 통해 제품과 마케팅에서 두드러진 성장을 거둬 메이저업체로의 진입이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드디스크의 단점을 보완한 이동형 HDD시장의 성장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현재 사이퀘스트와 아이오메가는 각각 1GB급 저장공간을 갖춘 「스파크」와 「재즈 2GB」를 시장에 출시하면서 데이터 이동이 빈번한 사용층을 적극 공략해나가고 있다. 이동형 HDD시장에서는 시장을 바라보는 제조사간 견해가 서로 다른 것이 특징으로 사이퀘스트는 패럴렐 포트방식을 이용한 대중적인 PC시장을, 아이오메가는 스카시를 사용하는 전문, 고급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시장을 공략해나가고 있다.

CDRW,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등 광저장매체시장은 이동형 HDD와 함께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국내 스토리지분야에서 가장 심한 타격을 받은 분야다. 대부분 수입제품인 관계로 환율상승으로 인한 가격상승분을 보전하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세계적으로는 성장추이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광저장매체시장은 길게는 15년에서 짧게는 6∼7년에 걸쳐 소개됐고 저장매체 중에서 신뢰성 및 안정성과 휴대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전문, 고급 사용자를 비롯, 대용량 저장매체를 필요로 하는 연구소와 기업에서 활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현재 광저장매체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CDRW드라이브는 CD롬드라이브를 대체한다는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상태지만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네덜란드 필립스의 부품 제조라인에 문제가 발생, 공급량이 한시적으로 줄어든 상태다. CDRW드라이브는 현재 쓰기 2배속에 읽기 6배속 성능을 갖추고 있지만 필립스가 오는 10월 선보일 예정인 쓰기 2배속 읽기 24배속 제품이 출시되면 새로운 형태의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VD분야는 DVD램 규격을 개발하고 있는 일본 파나소닉­도시바­NEC 진영과 DVD-RW규격의 소니­필립스 진영이 치열한 표준경쟁을 벌이고 있다. 흡사 VCR의 VHS와 베타방식간에 벌어졌던 표준경쟁의 양상을 현재 보이고 있으며 기술과 마케팅적인 걸림돌이 많아 저장매체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업시장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 테이프 스토리지도 치열한 제품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분야다. 테이프 드라이브는 표준경쟁이라기보다는 점유율 확보를 위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으며 개발하는 회사마다 드라이브와 미디어가 달라 사용영역과 용도면에서 뚜렷한 특성을 갖고 있다.

현재 4㎜제품군에서는 미국 HP가 DDS제품군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중급기종에서는 퀀텀의 DLT가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최근 퀀텀은 DLT 테이프 라이브러리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높은 미국 ATL사 인수를 추진해 사업영역을 DLT라이브러리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퀀텀의 DLT에 대응하는 제품군도 최근 활발하게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AIT2」제품을 최근 내놓은 소니와 HP, IBM, 시게이트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리니어 테이프 오픈(LTO)도 퀀텀의 DLT 아성에 맞서 중급 기종의 테이프 드라이브시장 석권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엔터프라이즈급 테이프 저장매체 전문업체인 스토리지텍과 이메이션이 「이글」이라는 제품으로 시장에 가세할 예정이어서 중형 테이프 드라이브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가열될 전망이다.

<이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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