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간판SW 아래아한글 사라진다

한글과컴퓨터가 국산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의 개발중단을 조건으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천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아들이기로 함에 따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SW인 「아래아한글」이 사라지게 됐다.

한과컴퓨터의 이찬진 사장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김재민 사장은 1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두 회사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한과컴퓨터에 대한 제반 투자조건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내용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한컴이 「아래아한글」개발을 중단하는 조건으로 한컴측에 1천만 달러에서 2천만 달러 상당의 자본을 투자, 한컴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되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으며 앞으로 구체적인 협의를 통해 투자규모를 확정짓는다는 것이다.

한컴이 이처럼 주력사업인 워드프로세서 개발을 포기하면서까지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투자를 받아들이게 된 것은 지난해부터 경영압박을 받아온 이 회사가 특히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 최악의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외부자금 유입에 기댈 수밖에 없었던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컴은 그동안 국내 전자업체를 대상으로 투자자 물색에 나섰으나 국내업체들이 신규투자에 회의적이었고 조건도 맞지 않아 모두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마이크로소프트의 한컴 지분인수 합의를 계기로 한컴은 「아래아한글」의 차기버전 개발을 중단키로 함에 따라 국산 SW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아래아한글」은 이제 영원히 사라지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은 「마이크로소프트워드」독점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은 일반 소비자시장을 중심으로 아래아한글이 70% 정도, MS워드가 기업시장을 중심으로 30% 정도의 시장을 확보하고 있었으나 이 시장이 고스란히 MS워드에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컴은 「아래아한글」사업부문을 포기하는 대신에 「아래아한글」을 개발해온 기술과 인터넷을 접목하는 분야를 주력사업화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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