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흙 같은 밤, 선미(船尾)에 검은 눈이 흩날린다. 선실 바닥에 눈이 차 오르면서 육중한 보트는 제어 불능 상태에 빠진다. 마침내 방향을 잃은 보트가 유빙(遊氷)에 부딪치면서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의 한 장면이 같은 동영상이 펼쳐지는 인터넷 사이트(http://www.whitbread.org/)가 있다. 위험천만한 보트경기를 생중계 하는 휘트브레드 라운드 더 월드(Whitbread round the world) 홈 페이지.
국내에는 별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4년마다 한 번씩 개최되는 휘트브레드 대회는 유럽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보트 레이스. 식음료와 레저용품 산업의 다국적기업 휘트브레드사가 후원하는 이 경기는 여름이 끝나는 9월 영국 사우스햄프턴(Southampton)을 출발해 케이프 타운, 시드니, 오클랜드, 플로리다, 메릴랜드를 돌아 세계를 일주하는 험난한 코스로 악명 높다. 미국, 모나코, 네델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영국 등 6개국 10개팀이 출전하는 이 경기는 보트 한 대당 6백만 달러에서 1천만 달러가 필요해 후원금이 끊기면 중도에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사치스러운 게임으로도 유명하다. 보트 가격만 해도 2만 달러에 보통 10∼12인으로 구성된 선원들이 1주일에 최소한 1만 달러 씩을 소비한다.
이 경기를 중계 하는 휘트브레드 사이트는 3만1천6백 마일의 레이스 막바지에 이르면 하루 히트 수가 천만회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지금은 경기기간이 아니어서 아쉽게도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는 없지만 이곳에 접속하면 97년부터 98년까지 이어진 제 7회 대회의 이모저모를 둘러볼 수 있다.
선원들이 매일 보내온 전자우편을 읽고, 위성을 통해 알아본 세계 각국팀 보트의 위치와 항속, 각종 데이터들을 검색해 본다. 비디오와 오디오 파일을 불러 대회에 참가한 세계 각국 선수들의 항해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다. 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데니스 코너, 그란트 달튼, 로리 스미스 등 쟁쟁한 스타들을 만나는 즐거움도 있다.
경기에 참가할 수는 없겠지만 이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 만으로도 추위와 악천후로 4명이 사망했고 악수와 트로피가 고작일 뿐 상금이라고는 한 푼도 없는 이 경기에 열광하는 휘트브래드 마니아가 될 수 있다.
<이선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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