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탠덤컴퓨터의 최창섭 이사(미국명 Phillip Choi, 49)는 이른바 빅딜이 있을 때마다 한국을 찾는 국제영업 및 마케팅전문가. 완벽한 2개국어 구사와 국제적 감각으로 탠덤 본사와 한국컴팩으로 흡수된 탠덤영업팀과 국내 클라이언트를 이어주는 교량역할을 하는 그를 실리콘밸리 현지에서 만났다.
『지난해 컴팩과 손을 잡은 후 디지탈이퀴프먼트까지 합류하면서 업계의 파워업 트리오로 전열을 정비하느라 요즘 탠덤사는 부산합니다. IMF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한국시장에 거는 본사의 기대가 커서 두달에 한번 정도는 서울에 가야 하는 대규모 계약건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두달에 한번꼴 서울 방문 그는 한국이 지금은 불황이지만 정보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어 이 상황을 현명하게 극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이사는 홍익대 무역학과 69학번으로 지난 81년 미국으로 유학가기 전까지 국내 대기업에서 6년간 일했다. 한창 사세를 넓혀가던 동양정밀에 75년 수석입사하면서 그는 컴퓨터라는 낯선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무역부 수출과에 배치돼 원자재 수입부터 통관, 신용장, 대금환수, 무역금융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경험을 익히던 중 동양정밀이 텔레비디오 황규빈 사장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컴퓨터 터미널 수출건을 맡게 된 것.
당시 사업제안서를 가지고 한국을 찾았다가 대기업에서 잇따라 거절당했던 황규빈 사장은 동양정밀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미국에서의 성공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78년 10대의 터미널 샘플을 미국에 선적할 수 있었던 최 이사는 컴퓨터에 완전히 매료됐다.
『전도유망한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9천달러의 돈을 마련해 아내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3가지를 다짐했죠. 우선 컴퓨터산업에 대해 이해하고 미국의 선진영업전략을 터득하며, 영어를 자유롭게 구사한다는 거였습니다.』
최 이사는 한국에 두고 가는 두살박이 딸에 대한 안쓰러움과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는 설레임이 교차하던 당시를 회상한다.
가져갔던 돈은 금방 바닥이 났지만 텔레비디오사 창고 허드렛일부터 접시닦기, 생선가게 점원 등 겹치기 아르바이트를 한 덕분에 한국의 어머니에게 매달 2백50달러를 송금해 가면서 암스트롱대학의 인터내셔널비즈니스&마케팅 학위를 받아낼 수 있었다.
그후 84년 터미널제조업체 링크테크놀로지에 입사한 그는 한국에서 OEM으로 생산한 터미널을 미국 현지의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국제영업 디렉터로 일했다. 당시 신생업체였던 이 회사는 나스닥에 상장되면서 주가가 치솟아 스톡옵션 12만주를 가졌던 그에게도 집을 마련할 만한 거액의 돈이 생기는 듯했다. 그러나 정해진 기간이 되야 주식을 팔 수 있는 스톡옵션 제도규정 때문에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던 그에게 87년 가을 그 유명한 뉴욕증권시장의 블랙먼데이(Black Monday)가 닥쳤다. 40달러까지 뛰어올랐던 주가가 5달러로 폭락해 결국 큰 손해를 봤지만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고 그만큼 위험도 따르는 미국시장의 생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기회 있으면 위험도 따라" 89년에 탠덤에 입사한 것은 그에게 새로운 전기가 됐다. 탠던사는 증권거래소라든가 SK텔레콤 등 한국의 굵직한 거래선을 가지고 있으며 현재 ATM의 80%, 신용카드분야 90%, 텔레커뮤니케이션의 35% 등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중대형컴퓨터업계의 공룡기업.
그는 유럽과 미국을 제외한 세계시장을 관할하는 ICON사업부에 소속됐다가 ICON본사가 싱가폴로 옮겨진 이후에도 본사에 남아 한국영업지원 역할을 맡게 됐다.
지난해 대우증권, 올 5월 현대증권 납품건 등과 같이 비중있는 계약이 발생할 때마다 한국컴팩사를 방문해온 그는 시스템공학연구소(SERI)와 탠덤이 공동개발한 인터넷상의 메시징시스템 「키심스」와 관련 3년전부터 한국 엔지니어들을 실리콘밸리 현지에 파견해온 「재누스(Janus」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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