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지금 IT인력 "기근"

90년대 들어 사상 최대의 호황을 맞고 있는 미국이 현재 정보기술(IT) 인력부족에 허덕이고 있어 관련 업계와 정부, 의회가 이에 대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IDC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수 1백명 이상의 미국 기업들이 충원하지 못하고 있는 프로그래머와 시스템 분석가 등 IT인력은 약 34만6천명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또한 지난 4월 미 상무부는 「부상하는 디지털 경제」라는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IT 분야에 종사할 고숙련 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 수학, 과학 등 자연과학 및 컴퓨터, 시스템 분석 등 응용과학 분야의 학생수를 늘리고 고숙련 IT종사자에 대한 이민 확대를 통해 부족한 인력을 보충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이 보고서는 미국에서 IT부문이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미국내의 인플레이션은 2%이상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오는 2005년까지 미국에는 총 1백30만명에 달하는 IT근로자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IT인력난은 컴퓨터와 정보통신에 종사하고 있는 기업 현장에서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 컴퓨터, 정보통신 기업들은 IT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일반 기업에 비해 2-3배 많은 임금을 지급하는 한편 스톡옵션제의 실시를 약속하고 있지만 IT인력 부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마이클 머레이 인사 부장은 『미 IT업계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고급기술인력 부족 때문에 그 기반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라고 말한다.

사실 IT 인력부족은 MS에게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사이프레스 세미컨덕터, 선 마이크로시스템, 텍사스 인스트루먼츠(TI) 등 미 주요 IT업체들은 『컴퓨터, 정보통신 부문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날로 높아 가는 반면 인력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며 이에 대한 정부 및 의회의 대처가 시급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MS, 인텔 등은 고급 IT인력에 미국 취업비자 할당량 증가를 요구하는 등 정부와 의회에 IT인력난에 대한 해결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이같은 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클린턴 행정부도 최근 들어 팔을 걷어붙이고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다.

클린턴 행정부는 IT 인력난을 해소키 위해 노동부 예산 1천1백만달러를 투입, 구인구직 정보교환을 위한 웹사이트를 구축하는 한편 미 상무부, 교육부, 노동부 장관들은 실직자나 미취업자들에게 컴퓨터와 인터넷 교육을 강화할 방침이다.

행정부는 또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 양성을 위해 상무부, 교육부, 노동부의 차기 회계연도 예산을 추가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미 정부와 관련 업계의 IT인력난 해소 요구에 부응해 미 상원도 미국 근로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IT인력 수입을 증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인 「미 경쟁력 강화법안」을 최근 78대 20이라는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현재 컴퓨터 프로그래머, 시스템 분석가, 컴퓨터 엔지니어 등 외국 기술인력에게 발급하는 「H-1B」 비자발급 할당량을 연간 6만5천명에서 앞으로 매년 9만명으로 늘려 오는 2002년까지 10만5천명의 외국 기술인력을 확충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미국의 IT부문 종사자의 평균 연봉은 4만6천 달러로 다른 직종 종사자의 2만8천 달러에 비해 1만8천 달러가 높다. 특히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부문의 평균임금은 5만6천 달러에 달하고 있다.

미 IT기업은 비록 이 같은 고임금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는 있지만 고용창출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미 IT 기업의 창업은 지난 80년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났다. 80년대 계속되는 불황을 겪고 있는 와중에 등장한 MS, 넷스케이프 등 유력한 IT기업들은 당시 대기업들이 고용정리한 인원의 50% 이상을 흡수하면서 발전을 거듭해았다.

이에 따라 미 IT기업은 컴퓨터, 정보통신 등에서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한국, 인도네시아 등 현재 심각한 구조조정으로 인한 실업대란을 겪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에게는 미국의 IT산업의 사례가 하나의 좋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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