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수출 첨병"으로 각광

『수출의 전초병으로 어깨가 무겁습니다.』

IMF시대를 맞아 수출증대에 모든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 진출한 외국기업의 국제구매단(IPO, International Procurement Organization)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일반인에게 외국기업은 외산 제품을 단지 수입판매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으나 그 뒤편에서는 묵묵히 국산 부품 및 장비를 해외로 수출해온 IPO라는 조직이 가동되고 있다.

IPO를 통해 수출되는 물량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대기업은 물론 자체적으로 수출 전담부서를 운영할 수 없는 국내 중소부품업체들에 수출선을 개척할 수 있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자관련 IPO조직은 약 10여개. 이들은 국내 업체들을 대신해 외국 기업에 제품을 판매하는 세일즈맨이라는 인식을 갖고 하나의 부품이라도 더 수출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구매하고 있는 회사는 한국컴팩.

이 회사는 주로 반도체, 모니터, CD롬 드라이브,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등을 구매, 수출하고 있는데 96년 10억달러, 97년 12억달러의 수출고를 기록했다. 올해는 환율이 유동적이어서 예상 수출금액은 수립되지 않았으나 물량기준으로 3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4억5천만달러의 수출고를 기록한 한국휴렛팩커드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수출고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휴렛팩커드는 모니터, 메모리, PCB, 웨이퍼 등을 주로 구매하고 있는데 최근 이들 제품이 대만제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뒤지고 PC용 부품의 가격이 급격한 하락세에 있어 수출이 원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지난해 2억5천5백만달러의 소형가전 및 부품을 구매한 필립스전자는 올해 당초 3억5천만달러를 계획했으나 원화절하로 컬러브라운관 등이 가격경쟁력을 갖춰 5천만달러 가량 늘어난 4억달러 가량의 물량을 수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필립스는 전체 IPO물량 중 TV브라운관, LCD, 트랜스 등 부품이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수출의 날 행사를 갖고 우수 협력업체에 포상을 하는 등 긴밀한 협조체제 구축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HDD용 반도체와 PCB 등을 구매하고 있는 한국시게이트는 반도체가격의 급락으로 구매물량은 비슷하지만 금액은 줄어들어 작년 1억2천만달러에 비해 2천만달러 감소한 1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씨멘스는 지난해 모니터 1억8천6백만마르크, PCB 4천1백만마르크, 코일부품 5백만마르크 등 총 2억4천5백만마르크의 물량을 구매, 씨멘스의 해외공장에 공급했는데 올해는 2억7천만마르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8월 IPO조직을 가동한 한국후지쯔도 올해는 4천억∼5천억원어치의 D램과 LCD, 헤드를 비롯한 HDD부품을 구매할 계획이다.

이밖에 한국제록스도 올해 하반기부터 IPO조직을 본격적으로 가동해 중국과 인도의 제록스 해외공장에 복사기용 부품을 수출할 계획이며 한국루슨트테크놀러지도 상당량의 교환기, 무선통신장비 관련부품이나 어셈블리를 구매할 계획이다.

필립스전자의 IPO조직을 이끌고 있는 김정현 전무는 『모든 외국기업들이 글로벌 소싱을 확대해 나가면서 IPO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며 『수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국내 부품업체들도 IPO를 잘 활용하면 수출활로를 뚫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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