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한국 PC시장 입성 "초읽기"

대우통신과 HP가 국내시장을 겨냥한 홈PC 사업협력을 추진,컴퓨터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특히 삼성전자,삼보컴퓨터,LG IBM 등 국내 홈PC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PC업체들에는 긴장감까지 감돌고 있다.

대우통신과 HP간 홈PC 사업협력의 골자는 대우통신이 PC 유통망과 서비스(AS)망을 HP에 내주는 대신에 대우통신 PC를 HP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물론 이러한 내용이 사업협력 초기부터 실현될지는 불분명하지만 HP 홈PC를 세진컴퓨터랜드를 포함한 대우통신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고 그에 따른 부가가치를 HP가 대우통신에 제공하는 것만은 틀림없다.즉 양사의 홈PC 사업협력이 성사될 경우 HP의 국내 PC시장진출이 본격화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업협력 시기는 아주 유동적이다.지난 3월말경 류 플랫 HP회장이 방한할 당시만해도 HP는 대당 1천달러 미만의 데스크톱PC를 주력제품으로 삼아 하반기부터 한국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아래 구체적인 시장조사를 실시,세진컴퓨터랜드가 가장 유력한 유통망이라는 결론까지 얻어냈다.그러던 것이 국내 PC시장수요 격감현상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전개됨에 따라 다시 주춤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HP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 PC시장이 지난 1.4분기동안 전년동기대비 40%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는 등 국제통화기금(IMF) 여파가 심각,본사가 아시아시장 투자진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며 『국내 홈PC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제휴도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시기가 문제일뿐,HP의 국내 홈PC시장 입성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우선 국내에서 시장장악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프린터 사업이 앞으로 홈PC를 배제한 상황에서는 시장경쟁에서 점점 밀려나 한계에 부닥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또 IMF 한파이후 국내 PC업계가 적지않은 동요를 일으키고 있는데다 달러강세를 잘 활용하면 적은 비용으로 단기간에 한국시장을 점령할 수 있을 것으로 HP측은 분석하고 있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IBM이 이미 LG전자와 손잡고 한국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나 최근 컴팩컴퓨터 끊임없이 한국PC시장 진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HP의 행보를 빠르게하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또 HP가 국내 홈PC시장에 입성을 위해 대우통신과 손잡는 것에 대해서도 국내외 PC업체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이미 한국HP는 대우통신의 유통망을 통해 프린터및 소모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지난해 9월부터는 대우통신이 세운 서비스뱅크와 레이저프린터와 기업용 PC 등 국내 공급중인 제품에 대한 서비스(AS)계약을 맺고 AS를 위탁하고 있다.따라서 HP가 국내 홈PC 시장공략에 나선다면 현재로선 대우통신과 손잡을 가능성이 가장 높으며 적지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대우통신과 HP간 전략적 제휴에 대해 가장 민감한 곳은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그리고 컴팩컴퓨터라할 수 있다.국내 PC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는 그렇지않아도 LG IBM이라는 국내외 합작품때문에 긴장하고 있는데 대우통신과 HP까지 가세할 경우 어떠한 형태로든 시장지배력에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더우기 HP의 마케팅력이 외국업체들중에서도 뛰어나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국내 PC시장 진출기회를 엿보고 있는 컴팩컴퓨터의 경우는 단순히 협력파트너 한 곳을 잃게된다는 점외에도 한국 시장공략이 그만큼 더 힘들어지고 자칫 진출시기마저 놓칠 수 있다는 점때문에 조바심을 더해주고 있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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