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특강] 마케팅 패러다임의 전환과 인터넷 마케팅

鄭俊和

89년 한양유통 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

94년 한국외국어대학 경영학박사

95년 빙그레 에이펙스연구소 실장역임

97년∼ 현재 동아방송대학 광고홍보학과 교수

「19세기에 해가 지지않는 대영제국이 있었다면, 21세기에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지닌 해가 지지않는 인터넷 제국이 있다」

이 표현은 정확한 산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하루가 다르게 신장하고 있는 인터넷을 가장 잘 대변한 말이다.

인터넷 시장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인터넷 자체의 발전과 성장을 위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시장, 또 하나는 인터넷을 활용한 비즈니스 시장이다. 이중 비즈니스 시장은 다시 기업간 거래를 위한 인터넷 활용 산업구매시장과 기업-소비자간 소비자 구매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이 가운데 인터넷 자체 시장과 기업간 거래를 위한 인터넷 활용 산업구매시장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진출이 외국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었고, 기술축적면에서 비교 열위에 있는 부문이 많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발생하는 기업-소비자간 전자상거래의 경우 아직 초기단계에 있기 때문에 우리 기업이나 외국 기업이 마찬가지로 초보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기업과 소비자간 인터넷 시장을 규명함으로써 IMF체제하에 구조조정에 들어선 우리기업들이 인터넷에서 나아가야 할 바를 한번쯤 검토해 보는 것은 매우 뜻있는 일이 될 것이다.

사용하기 쉽게 돼 있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인 인터넷 월드 와이드 웹(WWW) 서비스는 문자, 음성, 동영상을 지원하는 멀티미디어 통신이 지원될 뿐 아니라 원하는 정보들간에 하이퍼 링크(HyperLink)로 구성돼 있어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거리에 구애됨 없이 쉽게 정보를 찾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여기에 웹을 기반으로 여러 서버에 구축돼 있는 홈 페이지에 들어있는 관련 정보들을 한꺼번에 검색할 수 있는 대화형 데이터 검색 인터페이스 방식을 갖춘 야후(Yahoo), 인포시크(InfoSeek), 알타비스타(Altavista)와 같은 웹 검색엔진(Web Search Engine)의 등장은 인터넷 사용자의 폭발적인 증가를 낳게 되었다.

특히 인터넷 사용자가 원할 경우 특정 홈페이지와 관련된 정보가 새로이 갱신될 때마다 자동으로 사용자에게 보낼 수 있는 푸시기술(Push Technology)의 등장은 인터넷의 무한한 잠재력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인터넷을 사용할 때마다 『이제까지의 패러다임으로 설명하기 불가능한 새로운 현상(anomalies)들로 인한 위기의 증가는 이러한 현상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과학적 혁명(Scientific Revolution)에 가까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새로운 패러다임은 새로운 현상에 관한 가장 적절한 문제해결과 유관지식을 습득케 할 수 있는 과학적 사고의 틀과 그 방법론을 제공해 준다』는 토머스 쿤의 말을 떠올리게 된다.

구조조정을 눈앞에 둔 우리 기업들의 경우 산업 주도적인(Industry-driven) 시각에 바탕을 둔 기존의 마케팅 전략에서 정보 주도적인(Information-driven) 시각으로 전환하기 위한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의 도입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도입은 새로 등장한 무한대의 인터넷 사이버 마켓 스페이스에서 외국기업과 치열한 경쟁속에 우리 기업들의 생존을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의 전제조건이라 할 수 있다.

소비자 시장 조사에 따른 시장 세분화와 목표 세분시장을 선정한 후 그에 적합한 상품개발과 수동적인 불특정 다수의 목표 세분시장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제한된 시공간에서 단방향으로 시행했던 기존의 마케팅 전략과는 달리 인터넷 사이버 마켓 스페이스에서는 무제한적인 시공간에서 쌍방향적이고 능동적인 특정소수 개인을 대상으로 사이버 스페이스 마케팅전략을 전개할 수 있게 되었다. 다시말해 기존의 마케팅에서는 그 주도권이 기업에 있으며 그 영향력이 제한된 시간과 지역에 한정됐다면, 인터넷 사이버 스페이스에서는 마케팅의 주도권이 소비자에게 있고 그 영향력이 특정 시간과 지역을 초월한 지구 전체에 미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지닌 인터넷을 마케팅 전략측면에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웹 광고는 매체로서 시간적, 공간적 무제한성,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데이터베이스와의 연계 가능성, 자유로운 스폰서십 혹은 다양한 형태의 동적 광고가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들은 모든 소비자가 웹 광고에 자발적으로 노출됐을 경우에만 그 기능을 다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한마디로 이용자들이 광고를 직접 클릭해 들어가야만 하는 수동적 성격을 띠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제품에 대한 인지도를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송매체가 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 광고의 수동적인 특성을 제한적이나마 일부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

첫째, 국내외 유명 홈페이지에 가능한 한 많이 자사 광고를 게재함으로써 그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사용자들이 광고를 하는 회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 가능성(availability)을 높혀 주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이러한 광고들이 사용자들의 주의를 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터넷 사용자들의 주목을 끄는 것은 기존 광고에서 소비자 주의를 유발시키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동영상 광고가 최적의 것이라고 할 수가 있다. 그러나 광고가 인터넷 사용자의 주의를 유발시켰을지라도, 소비자들이 광고를 클릭함으로써 자사 홈페이지에 접속하지 않으면 그 광고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소비자들이 그 광고의 홈페이지에 접속하게끔 유인하기 위해 경품이나 이벤트를 활용하는 수가 많다.

이렇게 하여 인터넷 사용자들이 자사 홈페이지에 접속하였을 때 이들에게 자사 홈페이지에서 상품구매를 유발시킬 것인지 아니면 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촉진시켜 나중에 상점에 가서 구매하도록 유인할 것인지는 상품의 고유한 특성에 달려있다.

책, 레코드, CD, 컴퓨터 소프트웨어같이 상점에 가서 사나 통신판매로 구입하나 품질에 차이가 없는 상품, 아무데서나 구입하는 경우 품질을 믿기 어려워 불편하더라도 산지에 가서 구입해야 하는 특산물과 같은 상품 등은 국내외의 지역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인터넷 통신판매가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런 종류의 상품을 취급하는 회사나 항공기, 기차, 고속버스 승차권 예약판매 및 호텔체인의 예약과 같은 경우 홈페이지에서 상품구매를 유발시키는 것이 유리하다.

웹은 매체 특성상 언어적(문자)으로나 시각적(그림, 동화상)으로 풍부한 정보의 전달이 가능하다. 더욱이 사이버 스페이스는 사용자들이 원하는 시간만큼 여유를 가지고 정보를 처리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이버 스페이스에 존재하는 매체는 방송매체의 성격 뿐 아니라 인쇄매체의 성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인터넷에서는 매체의 특성과 상품의 특성이 적합할 경우 홈페이지상에서 전자상거래가 직접 일어날 수 있도록 유발시키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반면 종류가 다양하면서도 실험적으로 입어보거나 조작해본 후 구매하는 의류나 전자 제품 및 자동차 같은 경우는 상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추후에 매장을 방문하도록 촉진시키거나 회사의 이미지를 높이는 것이 현재 인터넷 홈페이지들의 목적일 것이다. 그러나 범세계적 정보화 고속도로(GII: Global Information Infrastructure)가 구축되고, B-ISDN을 기반으로 하는 ATM 기술이 상용화 될 때쯤에는 인터넷에서 완벽한 가상현실이 가능하게 되어 상품의 특성에 상관없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전자상거래가 꽃피우게 될 것이다.

최근에 개발된 인터넷 푸시기술로 자사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을 자사 상품 단골고객(Royal Customer)으로의 유지가 한결 용이해졌다.

기업과 소비자간 인터넷을 사용한 직거래의 경우 몇단계 중간 유통단계를 생략할 수 있기 때문에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취향을 보다 정확하고 신속하게 파악하여 상품에 반영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단골고객의 확보가 용이하는 등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현재 이러한 상품을 취급하는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 교재의 50%는 미국 원서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에서 새로운 교재를 선정할 때마다 미국에 갈 수도 없으며, 어떤 신간 교재가 미국에서 나왔는지 알기힘든 마당에 아마존 서점은 국내 대학 연구실에 앉아서 접속할 수 있으며, 그러한 교재의 간추린 내용을 보고 책을 주문할 수 있게 돼 있다. 또한 구매시 중간단계에 있는 유통망의 수익을 배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세(State Tax)를 물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입장에서는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구매사용자의 서적 구입유형 패턴을 데이터베이스화하여 관련 신간서적이 나왔을 경우 푸시기술을 이용, 잠재 구매고객에게 이를 통보해줌으로써 기존의 고객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또한 자사 홈페이지에 접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 가능한 한 여러 유명 웹에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이 결과 아마존 서점의 주가는 상장전 20달러에서 나스닥 상장후 약 1백20달러를 호가한 결과가 기존의 서점에 비해 인터넷 서점의 강점을 여실히 나타낸 것이라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국내서점들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바 없다. 향후 국내서점이 인터넷 아마존서점과 경쟁하여 생존하기 위해서는 외국인들이 필요로 하는 국내서적들에 관한 기본적인 수요를 조사하여 한국형 인터넷 서점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아마도 외국인들이 필요로 하는 국내 서적으로는 국문학, 역사 및 국내에서 발간되는 전문학술지의 논문 등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하에 논문 및 국내서적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근거로 복합화한 민, 관 합동 인터넷 서점 설립을 고려해 봄직하다. 또한 국내의 웹 뿐만 아니라 외국의 유명 웹에 가능한 한 많이 광고함으로써 웹 검색엔진을 사용하여 접속한 소비자들 뿐만 아니라 다른 웹 페이지에 접속한 인터넷 사용자들이 한국형 인터넷 서점에 가능한한 많이 접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크게 보면 한국형 인터넷 서점의 구축과 생존에 우리의 문화, 교육사업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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