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순탄대로를 달려오던 IBM이 올들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지난해부터 보여온 매출 증가율 둔화현상이 올해까지 이어지는 데다 순익도 지난 4.4분기 반짝했다가 올 1.4분기엔 작년 동기비 13%가 감소하면서 2년만에 처음 하락세로 돌아섰다.
이 기간 매출은 작년동기보다 2%정도 늘어나긴 했으나 컴팩,선 마이크로시스템스,시스코,휴렛패커드,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경쟁업체들이 이보다 4배에서 최고 17배까지 높아 IBM의 자존심을 구겨 놓았다.
다행히 주가는 이 회사의 루이 거스너 회장이 지난달 중순 투자가들과의 모임에서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과 비전을 제시한 데 힘입어 아직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수치보다 IBM을 더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PC, 서버, 데이터베이스 등 주요 시장과 가장 유력한 젖줄인 메인프레임 분야에서 경쟁업체들에게 밀리거나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는 1백28억 달러 매출로 1백31억 달러를 올린 MS에 정상을 내줘야 했고, 6백60억 달러 규모의 데이터베이스(DB)시장에서도 8% 증가에 그친 18억 달러 매출로 18억2천만 달러를 기록한 오라클에게 선두를 빼앗겼다.
게다가 세계 최강의 면모를 자랑하던 하드웨어 시장에서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달 컴팩과 디지털이퀴프먼트의 90억 달러짜리 초대형 합병이 완료되면 양사의 하드웨어조직은 올 연말까지 3백40억 달러 규모에 이르게 돼 올해 2백60억 달러로 예상되는 IBM의 하드웨어 매출을 크게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분석가들은 『이대로 5년 정도 IBM의 하락세가 이어진다면 최대 IT업체란 타이틀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충고하면서 올해가 중대한 고비임을 지적한다.
그러나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루이 거스너 회장은 여전히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앞으로 2, 3년내에 두자릿수 성장세를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또 지난해 3.4%라는 매출신장률 산정에 대해서도 거스너 회장의 논리는 다르다. 즉 IBM의 전체 사업 중 55%가 해외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미국 달러 기준이 아닌 1백60개국의 현지 통화를 기준으로 매출액을 산정해야 하며 이 경우 전세계적인 달러화 강세현상에 따라 8.5%의 성장률을 기록한 결과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높은 한자릿수 매출증가율과 두자릿수 순익증가율이라는 목표는 달성한 셈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사실 하드웨어 부문의 극심한 시장경쟁에 따른 성장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서비스와 반도체 분야.
IBM의 서비스 부문은 지난해 1백93억 달러 매출로 22%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전체 사업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했다. 거스너 회장은 『IT서비스만큼 훌륭한 성장사업은 없다』며 이 부문의 매출비중을 더욱 늘려 내년까지 그룹내 최대사업으로 키워놓겠다고 천명했다.
현재 IBM 서비스 부문은 전체매출의 4분의 1을 차지한 가운데 종업원도 3분의 1이나 몰려 있어 그야말로 최대 비중을 갖는 분야다.
이 부문의 강화와 관련해 IBM은 서비스 상품을 단순화하고 전자상거래나 인트라넷 등 핵심시장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거스너 회장은 인터넷과 여기에 접속할 수 있는 저가 디지털기기가 서비스뿐 아니라 자사 반도체 기술 수요의 촉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여기에 승부를 걸고 있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세상이 서비스와 반도체 기술의 궁극적인 지향점』이라고 주장하는 그는 여기에 필요한 요소기술의 공급자로서 IBM의 새로운 위상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미 크레이리서치의 슈퍼컴퓨터를 비롯, 시스코시스템스, 스리콤 등의 네트워킹 장비와 퀄컴의 디지털 휴대전화기에 IBM 칩이 탑재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 준다. 또 휴스일렉트로닉스도 내년에 발사할 자사 통신위성에 IBM의 칩 기술을 이용할 계획으로 알려졌고, 디스크 드라이브분야에선 경쟁업체인 컴팩, 델, EMC까지 IBM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는 점 또한 위상정립의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한다.
게다가 내셔널세미컨덕터, 해리스, 노던텔레컴과 같은 반도체, 통신업체들이 IBM의 최신 실리콘 제라늄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접촉을 시도하고 있어 네트워크 세계에서 최고의 칩 공급업체가 되겠다는 IBM의 목표가 꿈만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러나 2, 3년 안에 다시 두자릿수 성장률을 회복할 것이라는 거스너 회장의 장담과 사업비전에 대해 시장분석가들은 여전히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잘 나가는 서비스 부문만으로는 IBM의 전체 매출성장률을 두 자리로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며 또 지난 1년여간 대대적으로 홍보해 온 전자상거래(e 비즈니스)사업도 아직 획기적인 제품판매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거스너 회장이 주장하는 대로 지난해 IBM의 매출신장률을 각국 통화기준으로 8.5%로 잡는다 하더라도 이는 경쟁업체들의 성장률을 밑돈다는 지적이다.
역시 전체 매출의 56%를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는 HP의 경우 지난해 각국 통화기준으로 12%의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 4분기에도 IBM과 똑같은 PC가격하락 몸살을 겪은 가운데서도 매출이 16% 늘어나 성장률에서 IBM을 앞질렀다.
따라서 IBM이 주장하는 8.5%의 성장률도 그다지 의미있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가들은 과소평가한다.
아무튼 IT업계의 거인 IBM이 이같은 교착상태를 뚫고 서비스 솔루션과 칩사업으로 두자릿수 성장률 시대를 회복할지는 좀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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