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이번 한국HP 보유지분 매각은 서로가 실익을 챙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창 추진중인 외자유치건 하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HP는 한국내 사업의 한계로 지적돼온 삼성편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측에서 볼 때 IMF 이후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시급한 문제를 풀어야 할 입장에서 경영에 참여하지도 않는 한국HP에 지분을 남겨놓을 이유가 없다. 더욱이 국내시장에서 한국HP와는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제품도 적지않아 삼성이 한국HP에 발을 담고 있는 것 자체가 애매모호한 입장이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HP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국HP는 특히 국내시장에서 삼성에 대한 매출의존도가 30% 이상에 달하는 등 한 그룹에 너무 편중돼 있다는 점 때문에 고민해왔다. 즉 다른 그룹에 대한 사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삼성과의 합작회사라는 점이 제약요소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 한국HP 고위관계자는 『지난 95년 3월 상호를 「삼성휴렛팩커드」에서 「한국HP」로 변경한 후에도 거의 성사단계로까지 이어진 사업이 무산되는 사례가 때때로 나타났다』며 『이로 인해 한국에 진출해있는 다른 정보기술(IT)업체와의 시장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해 그동안 지분청산 문제가 계속 거론돼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HP가 지난해(10월말 결산) 8천9백86억원의 매출실적과 91억원의 순이익을 내는 데까지는 삼성의 공이 결정적이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84년 자본금 81억원으로 삼성HP라는 법인설립 후 HP는 삼성의 상호 덕분에 다른 외국계 컴퓨터업체에 비해 한국내 초기 시장진입이 훨씬 쉬웠다.
특히 공공기관 전산시스템 도입시에는 국내기업과 합작한 회사라는 점 하나로 많은 혜택을 받았으며 지방의 경우는 삼성브랜드 때문에 HP브랜드를 빠르게 알릴 수 있었다. 이러한 「삼성」이라는 호재가 한국HP의 급성장과 더불어 악재로 변한 것이다.
삼성전자도 HP와 합작후 HP에 대한 D램 수출을 시작으로 워크스테이션 공동개발과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공급, 고해상도 모니터 공급, LCD 공급 등 많은 실익을 거뒀다. HP는 지난해 삼성으로부터 10억달러 규모를 구매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인력교류를 통해 삼성전자는 엔지니어 양성과 같은 우수인력 육성에도 도움을 얻었으며 정례적으로 해마다 두차례씩 최고경영자회의를 갖는 등 선진 경영기법도 자연스럽게 도입했다.
삼성전자와 HP는 한국내 합작법인 설립을 계기로 돈독한 사업파트너십을 구축해온 셈이다. 따라서 두 회사는 이번 삼성전자의 한국HP 지분청산으로 서로가 안고 있는 제약요소를 훌훌 털어내고 새로운 협력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업 협력제휴가 활발해지고 기술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두 회사 대표가 지분매각과 관련해 『앞으로도 협력관계를 지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제는 아무런 제약없이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협력관계를 모색하기가 편해졌기 때문이다.
한편 삼성전자가 이번 한국HP 지분매각 대금으로 5백10억원(달러당 1천4백10원)을 받은 것은 단순히 45%를 보유한 자본금(72억4천5백만원)과 비교하면 4백37억여원의 소득을 얻은 셈이지만 해마다 한국HP 순익의 45%를 챙기는 이익등 유무형의 가치를 감안할 때 과연 좋은 가격을 받았는지는 다소 의문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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