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한지승 감독 "찜"

상쾌하고 발랄한 또 한편의 사랑동화. 「고스트 맘마」에 이은 한지승 감독의 두번째 연출작인 「찜」은 닳고닳은 영화적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배우들의 매력과 통통 튀는 즐거움으로 한동안 주춤했던 로맨틱코미디의 회생을 느끼게 하는 영화다. 「연상의 여인을 사랑하는 연하의 남자」라는 세태풍자와 「여장남자」라는 마케팅포인트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우려에도 불구, 한지승 감독은 영화가 관객에게 갖는 재미의 논리에 충실하다. 다소 억지스럽고 과장된 영화적 장치와 유치한 대사들이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무리없는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향수회사의 노처녀 연구원인 채영(김혜수 분). 그녀의 주변엔 이제 만나면 집에 갈 시간만 챙기는 결혼한 친구들뿐이다. 언젠가는 자신에게도 로맨틱한 사랑이 찾아올 것이란 믿음을 갖지만, 그녀에게 관심을 갖는 건 동생친구인 준혁(안재욱 분)이 유일한 존재다. 준혁은 중학교때 이후 채영에게 연정을 품어왔지만 채영은 늘 어린 동생으로만 대한다. 방송국에서 일하는 준혁은 채영에게 사랑을 고백하려 하지만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준혁은 뜻하지 않게 채영과 단둘이 술자리를 하게 되고, 취한 채영을 이끌고 호텔방까지 가게 되지만, 채영의 오해를 받아 그녀 곁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는 금족령을 선고받는다.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을 곁에서 지켜볼 수 있다는 단 하나의 만족을 위해 준혁은 여장을 하고 채영에게 접근한다. 카풀을 통한 의도적인 접근으로 둘 사이의 우정이 깊어갈 무렵, 채영에게는 10여년전 만났던 미팅 친구가 능력있는 펀드매니저가 되어 나타난다. 준혁은 그를 떼어놓기 위해 애를 쓰지만 둘의 사랑은 점점 깊어갈 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채영의 동생 윤철은 변장한 준혁의 모습을 사랑하게 되고, 시골서 올라온 준혁의 삼촌은 조카를 게이로 오해한다. 마침내 준혁은 채영에게서 떠나기로 결심하지만 채영 역시 냉철하고 현실적인 애인에게선 충족되지 않는 사랑의 그리움이 남아있다.

김혜수의 싱싱한 매력과 안재욱의 새로운 변신이 이 영화를 주목하게 만드는 가장 큰 이유. 그러나 무엇보다도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가 지닌 웃음과 감동의 법칙에 충실하고자 했던 시나리오와 감독의 연출력이 평균 점수를 얻는다. 욕심이 느껴지지 않는 편안함이 오히려 세련되지 않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한국영화엔 오늘도 수많은 사랑이 다루어진다. 그리고 역시 「소외된 사랑」보다는 「행복한 사랑」의 이야기가 더 많은 관객들에게 힘을 갖는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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