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글로벌 경제시대. 전세계가 하나의 권역으로 묶여지고 있는 지금의 경제체제에서 우물안 개구리식의 기업활동은 더이상 생존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든다.
이는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적용되는 생존법칙이다. 심지어 갓 태어난 벤처기업들도 일단 국내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뒤 해외로 진출하던 전통적인 사업방식을 버리고 처음부터 과감히 글로벌화를 지향한다.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는 곳이 바로 하이테크 요람인 미국의 실리콘밸리. 이곳에 둥지를 트는 벤처기업들은 미국시장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 지역에 거점을 만들 뿐 목표는 세계시장이다.
즉 인도에서 개발하고 대만에서 생산한 뒤 판매는 유럽에서 하는 식으로 본사만 실리콘밸리에 두고 인력채용서부터 제조,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업활동은 글로벌하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실리콘밸리지역인 산타클라라에 자리잡고 있는 인터넷 소프트웨어업체 램프 네트웍스. 지난 93년에 설립된 이 업체는 현재 연구개발 조직을 인도에 두고 있다. 이 회사의 창업주 마헤쉬 베리나사장은 사업초기 고임금의 미국 엔지니어를 고용할 여력이 없어 모국인 인도 현지인에게 개발을 맡겼다. 그 결과 여기서 개발한 고속 인터넷 접속 소프트웨어인 「웹램프」가 지난해 미국의 각종 하이테크 잡지의 최고 상품으로 선정되면서 외국에서도 관심을 모으자 재빨리 수출계약을 체결, 현재는 전체 제품의 절반정도를 외국시장에 팔고 있다.
시스템 관리 솔루션업체인 어워드 소프트웨어 인터내셔널사도 마찬가지. 마운틴 뷰에 자리잡고 있는 이 업체는 연간 매출 2천3백만달러에 직원 1백75명규모의 중소업체이다. 그러나 이 업체는 독일 뮌헨,대만의 타이베이 등 전세계 8군데에 해외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본사 조직이나 직원규모는 전체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처음부터 글로벌화를 위해 공격적인 경영정책을 펼친 결과다.
업무 애플리케이션개발업체인 밴티브(산타클라라 소재) 역시 지난 90년 설립후 3년이 안된 시점에서 핵심 전략의 하나로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 결과 현재 15개국에 4백50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제너럴 모터스(GM)나 제너럴 일렉트릭(GE)과 같은 굵직한 다국적 기업을 포함해 전세계 5백개 기업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이 업체는 프로그램 개발시 프랑스어,일본어,그리스어 등 10개 국어 버전도 동시에 만든다. 이들의 고객 기업의 해외진출이 가속화함에 따라 각국 지사에서 모두 운용되는 솔루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창업과 글로벌화를 거의 동시에 추진하는 사업방식은 휴렛패커드(HP)처럼 같은 실리콘밸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면서도 역사가 오래된 기업의 그것과 많이 비교된다.
지난 38년 팔로알토에서 시작한 HP는 60년대 들어서야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때까지 이 업체는 2천4백여명 직원에 4천8백만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으면서도 미국내에서만 사업을 벌였다. 현재는 총 매출중 절반이상을 외국에서 벌어들이고 있어 많은 차이가 난다. 실리콘밸리에서 역사가 짧은 벤처업체들이 글로벌화를 서두르는 것은 달라진 기업환경에 기인한다.
특히 하이테크분야의 발전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전세계적으로 거의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각국 고객들의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사업체제를 갖추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성공하려면 글로벌 기업이 돼야 한다. 지역적으로 성장한 다음 해외로 진출하는 방식은 이제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한 벤처기업가의 지적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이들 벤처기업은 또 시차를 이용,각국에 있는 지사들과 연계함으로써 그만큼 업무시간을 늘리는 효과도 보고 있다.
어워드의 경우 독일이 미국보다 8시간 빠르고 대만이 미국보다 8시간정도 느리다는 점 때문에 24시간 일을 처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램프 네트웍스도 인도 R&D센터와 연결된 네트워크를 통해 간밤에 지구 반대편인 인도에서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아침에 나와 테스트해보고 여기서 생긴 오류는 퇴근하면서 다시 네트워크에 올리면 밤사이에 이미 인도에서 수정작업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결과 신제품 개발속도도 빨라져 다른 업체에서 2주정도 걸리는 개발기간이 램프의 경우 1주일이면 충분하다고 이 회사는 자랑한다.
또 글로벌화를 향한 이들의 노력은 하나의 표준기술이 세계를 지배하는 하이테크의 생리와도 무관하지 않다.즉 자사 제품이 업계 표준으로 세계 어디에서도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실리콘밸리 벤처기업들에게는 외국과의 제휴도 글로벌화의 중요한 수단이다.
특히 중소 반도체업체들의 경우 10억달러이상 소요되는 생산설비를 자체적으로 갖출 능력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반도체 설계만 담당하고 생산은 외국의 파운드리 업체들에게 위탁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PC용 첨단 그래픽 칩 업체인 N비디어(서니베일 소재)는 본사에서 설계한 반도체칩의 생산을 상당 부분 프랑스 SGS톰슨에 위탁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서 생산된 칩은 역시 SGS톰슨의 판매망을 통해 해외 PC업체들에게 공급된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대만의 파운드리업체에게 생산을 맡긴다. 자체 생산시설과 판매망을 갖추기 힘든 N비디어로서는 이같은 방법을 통해 효과적으로 해외에 진출하는 길을 틀 수 있는 것이다.
시장분석가들은 『더이상 혼자 버틸 수 있는 업체는 없다. 특히 벤처기업들에게 국제적인 협력관계의 체결은 성공을 위해 결정적인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이들 벤처기업의 글로벌화에는 뭐니뭐니 해도 인터넷과 전용 네트워크가 일등공신이다. 퇴근할 때 지구 반대편에 있는 지사에 전자우편을 보내면 다음날 아침 출근해서 답장을 받아 볼 수 있기 때문에 업무가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이와 함께 영상회의시스템의 성능향상도 원격회의를 진행하는 데 한몫 한다.
그러나 이들 벤처기업의 글로벌화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무엇보다 현지화의 문제. 각국의 언어와 문화, 그리고 나라마다 상이한 공급체제 등에 어떻게 적응해 나가느냐가 현지화의 성공을 좌우한다.
또 각국에 흩어져 있는 조직과 해외 협력업체들의 관리도 벤처기업들에게는 쉽지 않은 문제이다. 12시간의 시차와 1만마일 이상 떨어진 지사관리를 전자우편과 전화에만 의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벤처기업들은 대기업들처럼 각국 지사별로 직원들을 본사에 불러 정기적인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기도 한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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