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정리가 끝났다.
자동절체시스템 내부에 꼽혀 있던 독수리 칩의 프로그램을 확인하기 위한 시뮬레이션이 끝난 것이었다.
김창규 박사는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시뮬레이션 자료를 정리하면서 김지호 실장을 떠올렸다. 새벽에 전화를 걸어온 김지호 실장. 진행상황이 무척이나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하던 김지호 실장이었다. 하지만 칩의 외장을 뜯어내고 내부회로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김지호 실장의 아이디어였다.
두 개의 프로그램.
그랬다. 통제실 자동절체시스템의 독수리 칩에는 두 개 프로그램이 구동되도록 되어 있었다. 칩의 외장을 뜯어내고 메모리의 구조를 분석한 결과 두 개의 프로그램이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은 칩의 외장을 뜯지 않고는 확인할 수 없는 것이었다.
메모리 구조는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서 이미지프로세서를 활용하여 확인했다. 육안으로도 확인하기 위해 현미경을 활용했다. 아주 특수한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고도의 능력을 갖춘 프로그래머가 프로그래밍을 한 것이었다. 하나는 정상적인 프로그램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바이러스형태의 프로그램으로, 두 개의 프로그램이 하나의 칩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자동절체시스템을 운용하는데 필요한 정상적인 프로그램과, 또 「아킬레스를 죽인 것은 독수리」라는 바이러스프로그램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김창규 박사를 비롯한 연구원들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제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명히 밝혀졌다. 한 개의 칩에 전혀 다른 두 개의 프로그램이 존재하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고, 또 그것이 어떻게 동작되는가도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산화철(酸化鐵).
이 독수리 모양의 칩이 임의로 동작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산화철을 이용하여 구조를 설계했기 때문이었다.
접점이 붙어 있는 스프링을 산화시켜 미리 정해진 시각이 되면 접점이 다른 접점으로 연결되어 별도의 프로그램이 동작하게 되어 있었다. 평상시 탄성을 준 접점이 스프링이 산화되어 탄성이 없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다른 접점으로 연결되도록 되어 있었다. 자동절체시스템의 독수리 칩 자체가 설계 당시부터 그렇게 설계되어 있었다.
가장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은 고장상태의 프로그램이 다시 정상으로 동작하는 부분이었다. 아무런 조치 없이 왜 정상으로 동작하는가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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