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東鉉
83년 연세대학교 건축공학 학사
88년 오사카대학 환경설계 공학석사
91년 오사카대학 환경설계 공학박사
83~84년 동부건설 설계실
91~97년 시스템공학연구소 가상현실연구실 실장
93~97년 한국컴퓨터그래픽스협회 부회장
98년~ 현재 시스템공학연구소 정보기술정책연구실 책임연구원,한국컴퓨터그래픽스학회 감사
91년~ 현재 문화체육부 문화재전문위원
21세기 정보사회에는 컴퓨터의 발달과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유선방송 및 지역 민간방송의 보급, 멀티미디어와 비디오 게임기기 개발 등에 힘입어 영상매체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따라 첨단 과학기술과 접목된 영상기법의 활용으로 영상산업이 중요한 핵심산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보통신 강국인 미국은 최근 NII(National Information Infrastructure)구축이 완성된 이후 GII(Global Information Infrastructure)구축도 추진, 수십개의 위성을 쏘아올려 방대한 양의 영상정보를 상품화하려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러한 계획은 바로 세계적인 오락영화사, 2천여개가 넘는 방송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영상물을 비롯한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응용한 방대한 양의 영상물을 상품화하여 전세계에 수출하려는 야심에서 출발한다. 세계 각국들은 미국의 이러한 전략을 알면서도 자국의 정보화 및 정보산업 육성을 위해 정보고속도로 구축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미국 영상물에 의한 파상 공격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들은 정보화와 미국 첨단 영상물로 부터 보호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첨단 정보통신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70년대까지 영화는 전통적인 제작 수법인 옵티칼 방식의 특수효과가 주류를 이루어 왔다. 80년대 들어서면서 컴퓨터그래픽스(CG) 애니메이션 기술이 일반화되면서 영화의 특수효과에 빠질 수 없는 중요한 기술로 자리잡게 됐다. 비록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TRON」이라는 영화가 CG를 이용한 최초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스타워즈 Ⅱ」, 「토탈리콜」, 「어비스」, 「터미네이터Ⅱ」등의 영화가 CG를 이용하여 흥행에 성공, CG 이용이 본격화됐다. 특히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만들어진 「쥬라기 공원」이 성공하자 뒤이어 「토이즈」, 「클리프 행어」, 「포레스트 검프」, 「폭로」, 「아폴로 13」, 「인디펜던스 데이」, 「타이타닉」등이 첨단 영상기술을 이용해 제작돼 흥행에 성공했다.
만화영화에서도 CG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알라딘」 「라이온 킹」의 경우 기존의 셀 애니메이션의 기본 화면만을 손으로 그리고 움직이는 동작을 2차원 CG기술을 이용해 자동으로 생성하도록 하는 첨단기법이 활용됐다. 「토이 스토리」의 경우는 영화 전체를 3차원 CG 기술을 이용하여 제작하여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TRON」, 「토탈리콜」 등 초기 CG를 이용한 특수효과 영화에서는 실사에 CG 영상을 합성하여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점차 CG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사 이미지 자체를 변형시키는 2차원 몰핑(morphing)기술이 등장했으며 각각 다른 상황에서 촬영한 실사들과 CG 이미지를 합성하는 디지털 합성 기법, 비를 인공적으로 뿌리게 하거나 물체를 가루로 만들어 흩날리게 하는 파티클(particle)기법, 가상의 동물을 자연스럽게 움직이게 하는키네마틱(kinematics)기법 등이 개발돼 전문가조차 실사와 특수효과 영상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정교한 영상물이 만들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94년 시스템공학연구소가 개발한 CG특수효과를 이용해 「구미호」라는 영화가 만들어졌으나 별다른 흥행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정부출연연구소가 영화 제작에 참여했다는 점과 주연 배우의 지명도, 홍보 활동에 힘입어 평균작에 그쳤으나 영화내용이나 특수효과 등은 수준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후 「무궁화 꽃이 피었읍니다」라는 영화에서 CG를 이용한 특수효과가 재시도되었지만 그 수준은 「구미호」보다 못한 수준이어서 흥행에 참패했다.
이 같이 국내 특수효과 영화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는 국내 영화제작 환경에 기인한다. 첫째 영화 제작자나 감독들이 CG기술을 맹신하여 CG기술로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오해하고 있는 점이다. 둘째 영화 제작 프로세스가 정량화 또는 시스템화하지 못하다는 점도 들 수 있다. CG를 이용한 특수효과는 치밀한 사전 계획과 시간 계산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국내 영화 제작상황은 촬영현장에서 콘티가 바뀌는 일 정도는 당연한 일로 생각되고 있다. 셋째 국내 영화제작기술자들은 일제 시대부터 답습되어 온 도제 제도에 의해 양성되어지고 있어 체계적이고 이론적인 교육배경이 없이 현장에서 10년동안 카메라 삼각대를 잡고 있으며 카메라 기사가 되는 현실이어서 CG 등 첨단 기술을 수용할 수 있는 태세가 갖추어 있지 못하다. 넷째 영화제작사들의 영세성으로 제작비용이 특수효과를 감당해 낼 수 없음은 물론 제작비용을 줄이기 위해 3개월에 영화 한편을 완성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소한 2년 이상의 기획기간과 1년 이상의 제작 기간을 갖고 촬영한 미국영화를 흉내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은행나무 침대」는 신씨네영화사 특수효과팀이 「구미호」의 경험을 살려서 절제된 특수효과와 시나리오의 우수성에 힘입어 대히트를 거뒀다. 이는 우리영화 상황에 맞는 특수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타영화제작자로부터 모범이 되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그맨 심형래씨가 만든 영구아트무비의 활동은 주목할 만하다. 영구아트무비는 이미 「파워킹」이라는 영화로 2백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으며 최근 2년 이상 기획기간과 1년간의 제작기간을 거쳐 만든 「용가리」라는 디지털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올 겨울에 개봉될 이영화에는 시스템공학연구소 연구진이 투입돼 첨단 그래픽 기술을 이용해 완성도를 높이고 있어 영화업계와 정보산업계에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불과 20년전만해도 국내 영화계의 특수효과 기술은 홍콩 영화계을 앞서 있었다. 홍콩 영화에서 사람이 날아 다니는 장면이나 폭파 장면 등 특수효과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전수해 간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우수한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흑백TV, 컬러 TV의 출현과 맞추어 우수인력들을 방송계에 빼앗겨 국내영화 제작기술이 하향 곡선을 그리게 된 것이다.
앞으로 국내 영화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는 제작환경의 현대화도 중요하지만 첨단 영상기술을 보유한 인력양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는 단순히 CG디자이너나 CG프로그래머를 양산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앞서 설명한 헐리우드의 특수효과 영상들은 1백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미국 영화계에 전해 내려온 기술이 첨단 영상 기술과 접목되어 탄생한 것이다. CG디자이너나 프로그래머들은 단순히 CG기술을 몸에 익히는 것이 아니라 영화 특수효과 제작기술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거기에 CG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을 취해야 한다. 영화감독이나 기술자들은 첨단영상기술이 일부 컴퓨터전문가들의 몫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좀더 첨단영상기술을 개발하는 자세를 갖고 영화기술자와 첨단영상기술자 간의 경계선을 없애지 않으면 안된다.
2년 전 개봉되어 히트한 「폭로」라는 영화의 가상자료실 검색장면은 초고속 정보 통신망이 완성된 후 자료 검색 방법을 잘 묘사해 주고 있다. 컴퓨터 내부에 구축된 가상자료실에 사람이 직접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분신(avatar)을 대신 입력하여 네트워크를 통해 자료를 검색하거나 원격지에 떨어져 있는 사람과 마주 보고 대화하는 등 컴퓨터 내부에서도 인간의 일상 행동과 똑같은 행동을 취하면서 내용을 인식하고 판단하는 미래의 네트워크 상에서의 가상현실 기술구현 기법이 영화속이 들어가 있다.
최근 일본의 「Tate Kyoko」에 이어 한국에서도 「아담」이라는 가상의 가수가 등장했다. 일명 사이버키드(Cyber kid)라고도 하는 이 가상의 가수는 젊은이들로부터 앙케이트 조사에 의해 가장 이상적인 아이돌 가수의 얼굴형을 추출하고, 댄스 전문가의 춤 동작을 추출하여 얼굴과 춤 동작을 합성하여 자유자재로 춤을 추면서 노래를 부른다. 아직 얼굴표정이 부자연스럽다는 점과 콘서트에 직접 참여해서 열광할 수 없다는 맹점 때문에 흥행에는 그다지 성공하지 못하고 있지만 얼굴표정 애니메이션 기술이나 가상현실 기술을 보완할 경우 충분한 사업성공 가능성이 전망된다.
다음으로 주목해야 할 프로젝트는 실리콘그래픽스와 헐리우드가 손잡고 추진하고 있는 「인터렉티브무비(Interactive Movie)」다. 기존의 영화는 작가의 시나리오와 감독의 연출에 의해 완성된 영상을 일방적으로 관객이 관람하는 형태였지만 「인터렉티브무비」의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여 기본적인 영상을 촬영해 놓고 이야기의 전개는 관객의 의도에 따라 변화시키면서 때로는 관객 자신이 영화의 등장인물로 몰입되도록 하는 일종의 게임과 같은 것이다.
이 같은 미래의 첨단 영상 활용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활용되는 기술은 분신행동양식 처리기술과 가상현실의 임장감 표현기술이다. 분신행동양식처리에는 모션캡츄링(motion capturing)기술, 리어타임키네마틱스(realtime kinematics)기술, 퍼셜애니메이션(facial animation)기술 등이 핵심이며, 가상현실의 임장감 표현 기술은 3백60도 입체영상처리기술, 입체음향처리기술 등이 꼽히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은 해외에서도 아직 실험실 수준의 기초연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지금부터 서둘러서 연구한다면 게임 및 영화산업에 대한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든 기술분야가 그렇듯이 첨단 영상분야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인력양성에 의한 저변확대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첨단영상기술로 대표되는 멀티미디어 컨텐트분야에서의 인재양성은 단순히 기술인력의 확보만으로 충족되는 것이 아니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어도 기획이나 시나리오가 부실하면 실패할 수 있고 기획이나 시나리오가 좋아도 기술력이 따라주지 못하면 실패할 수도 있다. 흥행에 성공한 영화들을 추적해 보면 아티스트와 엔지니어의 협동작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 작품이 대부분이며 그 작업 과정 자체가 하나의 예술로 평가되어질 정도이다. 외국의 경우 아티스트와 엔지니어의 협동작업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서로 상부상조하면서 작업을 수행하는 풍조가 정착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묘하게도 아티스트와 엔지니어의 반목현상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현상은 경영주가 경영의 효율성을 강조하여 아티스트와 엔지니어를 분리해 감독하면서 양자가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괴리되는 데서 기인한 현상이 아닌가 생각되어진다.
자기 분야에 대한 고집이 남달리 강한 아티스트와 엔지니어의 두 부류가 서로 화합하여 협동작업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국내 첨단영상기술의 발전은 좀더 빨리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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