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컴퓨터 AS사업 요전

廉基弘 서비스뱅크 사장

경기한파로 컴퓨터유통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그동안 컴퓨터는 우리 생활을 편리하고 체계적으로 만들어 주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긴 했으나 최근 사회 전반에 걸쳐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컴퓨터 유지보수 사업이 새로운 사업 분야로 각광받고 있다. 새로운 컴퓨터를 사는 고객들이 줄어들고 기존 컴퓨터를 업그레이드시켜 쓰거나 고쳐 써보자는 이른바 「아나바다」운동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용자들의 여망과 수요에 컴퓨터 서비스 업체들이 부응하고 있는 것은 여러가지로 바람직한 현상이다.

「컴퓨터AS」로 통칭되는 컴퓨터 유지보수 사업은 그 내용과 종류에 따라 영역을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일반 가정용 PC의 AS 부문이다. 이는 말 그대로 일반 가정에서 학생이나 주부 등이 PC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문제점을 서비스요원이 방문해서 그 문제를 해결 주는 것으로 가장 일반적인 PC서비스 사업 분야다.

둘째는 기업이나 관공서, 군기관의 컴퓨터 유지보수 부문이다. 특히 이것에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PC나 프린터, 노트북 외에도 중대형 컴퓨터나 요즘 들어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서버, 네트워크 기기 등이 포함되며 이 시장의 규모나 중요도도 높아지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제조업체의 AS대행 부문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제조업체가 AS를 전담하는 경우가 많지만 업체의 사정에 따라서는 이를 전문업체에 맡기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인 경우도 많다. 매출규모가 적거나 소수정예를 지향하는 업체라면 굳이 많은 인건비와 고정비 부담이 있는 서비스망 구축에 투자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 세 분야는 어느 한 곳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문이다. 나름대로 성장 가능성이 높고 실제 최근 들어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컴퓨터 AS부문의 사업화에 대한 가능성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오랫동안 얘기돼 오더니 작년부터 컴퓨터전문 유지보수 업체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그러다가 IMF 이후 그동안 컴퓨터 관련분야에 눈독을 들여오던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컴퓨터 유지보수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것은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시장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컴퓨터 유지보수 시장의 가능성을 노려 서비스의 수행능력에 대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업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컴퓨터 AS사업은 단순히 컴퓨터의 고장을 수리해 주는 사업이 아니다. 적어도 컴퓨터 AS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갖춰야 할 요건이 만만치 않다. 서비스요원들의 기술적 노하우와 사명감, 각종 장비, 전국적인 서비스망, AS요원을 즉시 파견할 수 있는 기동성, 자재처리 등 서비스에 있어 필요불가결한 사업수완들이 충족돼야 한다.

최근 들어 중요한 관공서나 기관들이 컴퓨터의 서비스를 외부업체에 의뢰하면서 공개입찰을 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술력, 인력, 신뢰도, 자본 등에서 자격을 갖추지 못한 업체들이 응찰해 가장 낮은 가격으로 사업권을 따낸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것은 말할 것도 없이 부실AS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주요 기업이나 기관의 AS 부실화는 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이는 하루라도 컴퓨터가 운영되지 않으면 안될 우리의 현 상황에서 결국 사회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부실업체에 컴퓨터 AS를 맡겨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정부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지금부터라도 제조업체와 관공서 등을 대신해 서비스 대행업체의 자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자격심사 및 인증제도를 시급히 도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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