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박한 웃음으로 포장한 80년대의 사랑소동. 기억하기 그리 어렵지 않고 듣기만 해도 몸이 먼저 반응하지만 80년대의 팝송들은 왜 그리 촌스러울까. 결혼식에서 노래를 불러주는 사람을 뜻하는 「웨딩싱어」는 유치하고 경박한 미국 코미디다. 미국에서는 「타이타닉」에 이어 4주간 흥행성적 연속 2위를 차지했다. 남자주인공 애덤 샌들러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미국 NBC의 인기 코미디쇼 「새러데이 나이트 라이브」의 작가이자 연기자로, 그의 인기가 미국흥행을 주도한 요인이 됐다.
1985년, 록가수를 꿈꾸었던 주인공 로비 싱거(애덤 샌들러 분)는 록가수 대신 웨딩싱어로 살아간다. 하지만 여전히 작곡을 하며 그의 꿈을 버리지 않는다. 로비는 결혼식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하는 줄리아(드류 배리모어 분)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결혼식에서 노래를 불러주기로 약속한다. 그러나 로비는 정작 아내가 될 린다가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않고 떠나버려 자신의 결혼식을 망친다. 상처받은 로비는 웨딩싱어로 고용된 결혼식들을 망쳐버리고 그런 로비를 위로하는 줄리아와 가까워진다. 줄리아의 결혼식이 다가오고 로비는 줄리아의 결혼상대자인 글렌이 끊임없이 다른 여자들을 찾는 속물임을 알게 된다. 결국 둘은 뒤늦게 서로가 진정 사랑하는 상대였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로비는 줄리아와 글렌의 결혼을 막기 위해 두 사람이 탄 라스베이거스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렇게 멀지 않은 시대인 80년대를 배경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이 영화는 주인공 로비가 줄리아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벽난로의 불이 꺼지면 내가 장작이 되어주겠소」라는 노래가사처럼 유치하게 시작해서 그저 그렇게 끝을 맺는다. 미국 코미디영화의 세련된 유머를 먼저 떠올린다면 큰 오산이다. 미국 최고의 코미디쇼를 이끄는 애덤 샌들러의 화려한 경력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영화는 일관되게 경박한 웃음을 유발시킨다. 이야기는 진부하고 단순하며 편집의 타이밍은 웃음의 시점을 놓쳐버린다. 상황이나 연기 역시 억지스럽고 과장되어 만화적이다. 감독은 허술하고 자유분방하게 만들어진 영화 속에서 80년대 미국 대중문화를 조롱하고 풍자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러한 의도가 잘 맞아 떨어졌는지, 그 정서가 우리 입맛에 맞을지는 의문이다.
대부분의 할리우드 상업영화들은 경박성을 결코 숨기려 하지 않는다. 정신없고 부조리하기까지 한 그림으로 감독은 주류로부터의 일탈을, 그리고 난장판축제를 꿈꿨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솔직함조차도 크게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도 매력을 찾는다면 로맨틱코미디의 「사랑을 찾아서」라는 당연한 신파조의 감정이입. 음악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정겨운 팝 넘버들은 영화의 촌스러운 재미에 일조를 한다. 코엔 형제의 배우인 스티브 부세미와 80년대의 팝스타 빌리 아이돌의 카메오 출연 또한 이 영화의 볼거리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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