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발기불능 치료제 「비아그라」가 대단한 화제를 일으키고 있다. 20세기가 저물어가는 이즈음, 적어도 이 분야에서 만큼은 획기적인 새 시대가 이미 열린 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사회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극빈계층의 가장들에게 이 약을 무료 지급하는 방안까지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비아그라의 발견은 과학사상 심심찮게 일어나는 행운, 즉 뜻하지 않은 우연으로 이루어졌다. 최초의 항생물질인 페니실린이 곰팡이에서 우연히 발견되었던 것처럼.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화이자에서는 80년대 후반에 협심증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구연산실데나필」이라는 일종의 시제품이 나왔는데, 실험결과 협심증 치료에는 사실상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그런데 남성환자들에게서 특이한 부작용 증세가 보고되었다. 이 약을 복용했던 노년층 남성 상당수가(협심증은 주로 노년층에서 발병) 일종의 회춘현상을 보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음경의 발기효과가 현저하게 두드러져 오랜만에 만족스런 성생활을 누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비아그라가 발기촉진제로 화려한 데뷔를 한 이면에는 바로 이런 배경이 있었다. 이 약이 작용하는 메커니즘을 간단히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성적 흥분은 음경 내에서 cGMP라는 물질을 생성하는데, 이 물질에 의해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이 흘러들어와 채워지면서 발기가 된다. 이 상태라면 발기가 계속 지속되겠지만, 동시에 PDE5라는 호르몬도 생성돼 cGMP를 분해시켜 버린다.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혈액은 다시 빠져나가는 것이다. 비아그라는 바로 이 PDE5가 cGMP를 분해시키는 작용을 방해해 발기상태를 지속시켜주는 것이다.
화이자는 이 약을 상품으로 내놓기 전에 3천명의 남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70∼80%라는 높은 성공률을 얻었다. 이 정도 수치는 의약품들 중에서도 매우 높은 것이라고 한다.
비아그라도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두통이나 소화불량, 코막힘 등이 보고되었고, 어떤 경우엔 일종의 시각장애 현상도 나타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을 무릅쓰고라도 기꺼이 비아그라를 택할 사람은 적지 않을 것 같다.
비아그라는 현재 광범위한 응용연구가 진행중이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여성에게도 효과가 있을지, 발기불능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성기능 장애도 치료가 될 지, 그리고 지금은 성행위 1시간 정도 전에 미리 복용해야만 효과가 있는데, 그 시간을 단축하는 연구 등이다. 그리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비아그라의 심각한 부작용도 찾아내야 한다는 과제가 있다.
언론을 통해 비아그라의 놀라운 효과가 우리나라에도 알려진 뒤, 미국을 여행하고 돌아오는 사람들이 너나없이 반입을 시도하여 김포세관에서 검색해내는 소동이 일기도 했다. 현재 정식 발매를 위해 의약청에서 검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아마 내년 말쯤에는 국내에서도 시판이 될 것이라 하는데, 그동안이 너무나도 길게만 느껴지는 사람이 꽤 많지 않을까 싶다.
<박상준, 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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