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공장이 IMF 위기극복의 선봉에 서자.」
최근 가동 1주년을 맞은 해태전자 천안공장이 경영위기 극복의 첨병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충남 천안에 위치한 이 공장은 지난해 5월 도봉공장과 화성공장의 오디오라인을 합쳐 첨단시설을 갖춘 동양 최대규모의 오디오공장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천안공장은 가동 6개월 만에 터진 회사부도와 IMF사태로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줄어들고 기능직 사원들이 이탈하는 등 큰 위기에 직면했다.
그러나 위기는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 회사 비전을 믿고 끝까지 남아있던 7백여명에 이르는 전사원이 흔들림 없이 똘똘 뭉쳐 생산성을 향상시키고 불량률을 대폭 줄이는 등 뼈를 깎는 자생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예상 외로 빠른 정상화 행보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천안공장의 조립라인은 모두 16개. 이 가운데 현재 10개 라인이 정상가동중이다. 월매출액도 지난달부터는 부도 직전의 75% 수준인 1백50억원까지 끌어올렸으며 자재구입에 필요한 운영자금만 확보된다면 2백억원 달성도 무난할 것으로 공장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천안공장은 황수근 공장장(이사) 부임을 계기로 생산성 30% 향상을 위해 생산공정에 새로운 시스템을 잇따라 도입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효과를 본 것은 4개 라인에 새로 도입한 인라인 생산방식. 이 시스템은 각각 분리돼 있던 수삽라인과 조립라인의 결합으로 인쇄회로기판(PCB)에서 완성품 조립라인까지의 공정을 크게 단축시켰다.
생산현장 내 운영중인 자재스토어도 원활한 자재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로트 체인지(모델교체)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자동삽입기 라인에 도입한 콕시스템도 빼놓을 수 없는 대목. 라인 옆에 놓여있는 자재를 수돗물처럼 사용분에 한해서만 대금을 지불하는 이 시스템은 재고부담 없이 라인을 운영할 수 있어 운영자금이 부족한 이 공장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천안공장은 이러한 새로운 시스템 도입으로 생산성을 20% 향상시켰을 뿐 아니라 불량률도 5.5%선으로 대폭 줄이는 효과를 봤다.
천안공장은 지금 해외 바이어들로부터 주문이 밀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다. 한 때 발길을 돌렸던 해외 바이어들은 물론 새로운 바이어까지 합세, 생산라인의 90%를 수출용 모델로 전환한 상황에서 자재구입에 필요한 운영자금 부족으로 주문량을 모두 소화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황수근 공장장은 『원화가치 하락으로 수출확대에 최대 호기를 맞고 있지만 당좌거래가 중단돼 자재를 현금으로 구입해야 하는 관계로 자금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재만 충분히 확보한다면 나머지 6개 라인도 풀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천안공장의 주력 생산품목은 세계적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AV리시버앰프. 전세계 공급물량의 40%를 천안공장이 생산해내고 있다. 완제품을 쌓아놓은 물류창고는 마치 세계 유명 브랜드를 한곳에 모아놓은 종합전시장을 연상케 할 정도다.
『우리 브랜드인 셔우드를 비롯해 하만카든, 켄우드, 데논, 소니, 마란쯔, 야마하 등 세계 유명 브랜드 제품을 우리손으로 모두 만들어낸다는 데 큰 자부심을 느낀다』는 한 기능직 사원의 목소리에서 위기극복의 자신감을 엿볼 수 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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