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PC통신 인구는 98년 4월 현재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 유니텔 등의 유료가입자만도 3백16만명에 달하고 무료이용자를 포함한 직, 간접적인 PC통신 이용자는 5백만∼6백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10년전 우리나라 전체의 PC통신 가입자수가 수백명 단위였던 것을 감안할 때 통신인구 증가는 가히 폭발적이다. 이는 국내 모뎀산업의 발전속도와 정확히 일치해왔다.
이런 가운데 올들어 국내 PC통신업계는 V.90서비스 지원을 놓고 신규 진출업체와 기존 업체의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에 놓여 있어 향후 업계 전반에 상당한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각 PC통신업체의 V.90서비스 지원계획과 국내 모뎀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해본다.
국내 최대규모의 유료가입자를 가진 천리안의 기본입장은 확실한 안정성이 검증되지 못한 신기술 도입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지금의 v.90규격은 아직 ITU의 최종승인을 받지 못한 상황이므로 ITU의 정식인증을 받는 오는 9월 이후에야 본격적인 V.90 지원설비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천리안은 x2방식의 서버를 1대도 도입하지 않은 유일한 업체이며 K56플렉스 방식의 설비만 갖고 있다. 따라서 천리안의 56kbps서비스에는 K56플렉스 방식의 모뎀만 접속할 수 있다.
천리안은 우선 기존 K56플렉스 방식의 포트를 오는 8월까지 1만5천개로 늘려 고속 접속환경을 개선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천리안의 한 네트워크 관리자는 『국내 통신환경에서 완전한 56kbps서비스가 사실상 불가능한데도 신규 PC통신업체에서 지나친 홍보를 하는 느낌』이라면서 『이미 검증된 K56플렉스 기술을 바탕으로 다수의 통신사용자를 안정되게 지원하는 것이 현재 천리안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2천4백bps 모뎀용의 구형서버를 운용할 정도로 기존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깊은 천리안은 오랜 맞수인 하이텔과 함께 기존 PC통신업체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하이텔의 입장 역시 천리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자사의 56kbps서버 대부분이 x2방식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천리안과는 달리 쓰리콤 장비의 도입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하이텔의 망관리 담당자는 『올 가을까지 56kbps 접속포트를 1만개 수준으로 늘리고 점차 v.90설비 업그레이드를 통해 오는 11월경에는 완전한 v.90서비스체제가 정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이텔은 그동안 쌓아온 전통만큼이나 가입자수와 장비종류도 많기 때문에 급격한 서비스 변화대신 하나씩 안정성을 검증하며 v.90서비스를 지원해간다는 입장이다.
유니텔은 아직 제대로 된 56kbps서비스를 지원못하는 형편이지만 향후 가장 안정된 56kbps서비스를 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입장이다.
유니텔은 x2방식의 포트를 2만개나 보유하고 자체 전송망도 잘 정비되어 있으나 서버장비의 업그레이드가 늦어져 33.6kbps서비스에 머물고 있다. 오는 15일부터 종합정보통신망(ISDN) 기반의 56kbps서비스를 전국에 걸쳐 제공하는 것을 시작으로 장비교체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넷츠고는 01442망을 통해 V.90 전국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전량 쓰리콤의 x2장비를 도입해 국내 최초로 전면적인 V.90서비스를 실시하는 「모험」을 감행한 후발주자 넷츠고는 현재까지의 운용성과에 만족한 모습이다.
넷츠고의 운영담당자는 『v.90 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한 결과 평균적인 고속 접속률과 접속 안정성이 현저히 증가했고 사용자의 반응도 매우 좋은 편』이라면서 『v.90서비스를 늦게 지원하는 업체는 당분간 불리한 입장에 설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신비로는 지난 17일부터 전국의 접속포트 5천개를 x2방식에서 v.90방식으로 업그레이드하여 고속 접속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역시 후발업체의 장점을 살려 발빠른 v.90서비스체제를 갖추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고 있다.
신비로의 망관리자는 3주간에 걸친 테스트 결과 기존 x2 기반의 56kbps 접속의 평균 전송속도가 약 37kbps였던 데 비해 v.90 접속시에는 평균 46kbps 정도의 전송속도가 나와 약 20% 가량의 속도 향상효과가 나타났고 접속률도 10% 향상되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PC통신업계의 v.90지원계획을 살펴보면 선발업체와 후발업체간 입장차이는 그 시기가 다를 뿐 v.90서비스체제를 구축한다는 큰 틀에서는 모두 같다. 결국 올해말 늦어도 내년초까지 국내 PC통신사업자 대부분은 v.90서비스체제를 안정화할 것이고 이런 상황은 불황에 허덕이는 모뎀업계에 돌파구를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28.8kbps모뎀과 56kbps모뎀의 속도차이를 실감하지 못하던 사용자에게 확실한 고속접속을 보장하는 통신환경의 등장은 막대한 대기수요를 자극해 금세기 다이얼업 모뎀업계의 마지막 잔치판을 벌일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낙관적인 전망에 비해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v.90규격을 합의한 양대 세력인 K56플렉스 기반의 v.90과 x2기반의 v.90 사이에 호환성이 보장되지 않는 한 「마지막 잔치」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론적으로는 en진영의 v.90이 완벽한 호환성과 동일한 성능을 발휘해야 하지만 실제 통신망 위에서 서로 호환접속이 되는지는 누구도 모른다는 말이 PC통신업체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한 통신망 담당자는 K56플렉스 진영에서 v.90제품을 아직 내놓지 않았기 때문에 x2 기반의 v.90과의 호환성을 검증할 수 없는 형편이며 만약 두 진영간에 호환성에 문제가 있을 경우 v.90특수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같은 우려는 천리안이 K56플렉스 기반의 v.90서비스를 본격 실시할 10월 이후에나 불식될 수 있기 때문에 다음 세기를 준비하는 모뎀업계의 「마지막 잔치」도 이때부터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배일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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