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가전 전문업체들은 IMF시대를 맞아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타 회사 제품과 성능대비 가격만족도를 꼼꼼히 따져가며 꼭 필요한 제품만을 구입하는 실속구매를 지향함에 따라 서둘러 상품기획과 마케팅전략에 일대변화를 꾀하고 있다.
해태전자는 「불황기에는 브랜드 로열티가 강화된다」는 마케팅 이론을 바탕으로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이기 위해 단순화, 복합화, 체인지업, 첨단화, 밀착화 5가지 핵심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먼저 부가기능을 빼고 꼭 필요한 기능만 탑재함으로써 기존 모델보다 원가를 20% 정도 절감한 단순형 모델을 하반기에 출시, 실속형 소비자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또한 최근 출시된 캐비5A 모델처럼 앰프나 튜너, CD플레이어 등 서로 독립된 기기를 복합회로 기술을 이용해 하나의 하드웨어로 통합, 제품 개발원가를 줄여 소비자 부담을 덜어줄 계획이다.
해태전자는 또 불황일수록 첨단제품에 대한 기술개발 투자를 강화한다는 경영방침에 따라 세계 최초로 DTS기능을 탑재한 리시버앰프를 개발하는 등 앞으로도 신기술을 채용한 신개념 오디오를 출시, 저가화 일변도 마케팅전략의 허를 찌른다는 전략도 세워두고 있다.
아남전자는 경쟁업체들과는 좀 색다른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IMF시대를 맞아 업체들이 앞다퉈 저기능 저가격 경제형 제품으로 승부한 데 반해 아남전자는 오히려 고음질, 고품질, 고급형 제품으로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차별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원화가치 하락으로 해외 유명 브랜드 움직임이 둔화된 지금이 외산제품에 빼앗긴 하이엔드 시장을 탈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판단 아래 「클래식-3」 모델을 앞세워 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아남은 또 IMF 한파로 수요가 가장 큰폭으로 줄어들어 진공상태에 있는 하이파이시장을 적극 공략, 이 시장을 일시에 장악한다는 방침아래 부피와 가격을 줄인 대신 성능을 높인 하이파이급 미니컴포넌트인 「델타 클래식 77」과 「미니 레퍼런스 40」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태광산업은 틈새시장으로 승부한다는 방침아래 상품기획과 마케팅에서 양극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즉 최근 수요가 크게 위축됨으로써 경쟁사들이 관심이 줄어든 하이엔드와 마이크로컴포넌트시장을 동시에 공략, 시장점유율을 확대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태광은 최근 하이엔드와 하이파이 수요사이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1백만원대 이하의 통합앰프, CD플레이어, 스피커시스템 등 하이엔드 단품 3종을 개발해 고급형 오디오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계획이다.
태광은 수요가 위축되고 있는 마이크로 컴포넌트 시장에도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깔끔한 디자인에 소비자가격을 30만원대 이하로 대폭 낮춘 초저가형 2개 모델을 다음달 출시, 헤드폰카세트에 빼앗긴 청소년층을 잡는다는 전략이다.
롯데전자는 소비자들이 가계 수입감소로 구매력은 약화됐으나 여전히 고급형 제품을 선호한다는 판단아래 가격부담을 줄이고 알루미늄 패널 채용으로 외형을 고급화한 미니 컴포넌트를 올해의 주력제품으로 내세우고 있다.
동양매직과 린나이코리아 등 주방가전 전문업체들은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출시, 가격대별로 차별화한 시장공략을 펼친다는 전략이다.
동양매직은 가스레인지와 가스오븐레인지의 경우 단순기능의 중저가 보급형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한편 저가형 제품도 속속 출시할 예정이다. 60만~70만원대 중저가 가스오븐레인지(GOR-20M1, M2)를 실속상품으로 내세우고 가스레인지는 국민형 가스레인지 독도사랑(GRA-207A)을 포함, 10만원대 이하의 제품 4종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한 식기세척기는 아직까지 보급률이 낮아 잠재수요가 많다고 보고 신혼부부나 소가족을 위한 8인용 제품(DWA-4182C)을 중점적으로 판매할 계획이며 전자레인지는 디자인을 개선하고 기계식 다이얼을 채택한 10만원대 보급형 제품(MWO-177AR)을 내놓았다.
린나이코리아는 7만∼8만원대의 초저가 2구형 가스레인지(RGR-250A)에서부터 30만원대의 3버너 1그릴 가스레인지에 이르기까지 수십종에 달하는 제품들을 갖춰놓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다양한 요구들에 즉시 부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기에 단순 기능의 견고한 2구형 가스레인지 중저가 제품을 2~3종 더 추가해 양판점과 대형할인 매장을 대상으로 판매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린나이코리아는 자사 제품이 「잔고장이 없고 오래간다」는 이미지로 소비자들에게 심어져 있다고 보고 생산공정 합리화와 지속적인 원가절감 노력을 거듭해 지속적으로 가격혁신을 해나갈 예정이다.
만도기계, 경원세기 등 에어컨 전문업체들은 IMF한파로 크게 위축된 수요가 최근 엘니뇨현상에 따른 때이른 더위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판단, 기능을 단순화해 소비자들의 가격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경제형 모델 출시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만도기계는 화의개시 결정으로 경영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한 데 힘입어 IMF형 9개 모델을 대거 출시, 매출목표를 달성한다는 방침아래 공격적인 마케팅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만도는 이를 위해 먼저 가격부담을 없앤 저가모델과 초절전형 모델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기획세일을 통해 초절전 인버터모델을 일반 에어컨 가격에 공급할 방침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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