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과 전망
최근 국내 컴퓨터 유통업계에 일고 있는 변화의 바람은 국가 부도 위기 사태로 일시에 붕괴된 상거래 질서를 회복하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 위한 자발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어음거래 관행이 사라지고 현금결재가 정착되는 현상, 중고 PC 및 업그레이드 시장의 활성화 등은 국내 컴퓨터 유통시장의 문제점으로 작용해왔던 거품을 거둬내고 실거래 관행이 자리잡게 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 컴퓨터 유통업계를 지탱해왔던 여러가지 상거래 관행이 일시에 와해됨으로써 불가피하게 야기되는 충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그 영향을 다각도로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어음거래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현금으로 물건을 주고 받다보니 거래 상대방에 대해서 안심할 수 있지만 자금흐름이 막히는 단점도 나타나고 있다.
용산 선인상가에서 주변기기 유통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S사의 한 관계자는 『어음거래는 전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금융관행입니다. 상대방을 믿고 약속에 의해서 물건을 주고 받으니 필요할 때 자금을 빠르게 돌릴 수 있었다』라며 『하지만 최근 컴퓨터 유통업계의 부도사태로 그동안의 신용거래 관행을 무시하고 하루 아침에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 처리하려다 보니 급할 때 물건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현금거래가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자금흐름을 위해서는 신용관계를 회복, 일정 규모안에서 단기간으로 물건을 주고 받는 신용거래도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부도피해를 막기 위해 모든 거래를 현금으로만 처리하다 꺾기와 덤핑현상이 사라지는 대신에 한편에서는 자금흐름이 막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중고PC 및 업그레이드 시장의 급부상 현상은 또 다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컴퓨터 유통시장의 주축이 돼야할 신제품 판매가 급속도로 위축된 반면에 중고PC와 업그레이드PC 등 대체시장이 주류로 떠오르며 「아이가 집안 일을 맡기는 격」의 가치전도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나타나고 있는 중고PC 시장의 급부상은 가계 수입이 줄어든 소비자들의 알뜰 구매심리에 편승한 바 큽니다. 또 자원의 재활용 측면에서 여러가지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며 『하지만 중고PC는 지속적인 수요창출에 한계가 있어 전체적인 컴퓨터유통시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신제품 시장이 한시바삐 제자리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시급하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최근 새로운 유통채널로 부각되고 있는 전자쇼핑몰의 경우에는 장기적인 성장가능성 자체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지만 전자쇼핑몰을 통한 최근의 거래 규모 자체가 워낙 미미해 당장 컴퓨터 유통업체의 매출확대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 현금거래와 중고PC 시장의 급부상 등은 최근 부도사태와 경기불황으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이지 장기적으로 시장이 정상화를 찾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신용거래가 다시 되살아나고 신제품 판매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가상공간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전자쇼핑몰은 미래를 위한 투자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야할 사업이지만 단기간에 매출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만큼 전통적인 유통시장을 보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함종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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