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개막과 더불어 G7선진국에 합류하려던 우리의 야심찬 계획도 최근 느닷없이 맞이한 국제통화기금(IMF)관리 경제체제로 인해서 대폭적인 수정을 요하게 됐고 우리 국민의 자존심과 희망은 급속하게 허물어지고 있다.
더욱이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이 얼마 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국제경쟁력은 종합 22위로서 우리의 경쟁 상대국으로 여겼던 싱가포르(8위)나 대만(10위)보다도 훨씬 못하다는 것이다. 투자면에서는 1백22억 달러로 7위, 인력면에서는 총인원이 15만6천명으로 10위, 숙련된 엔지니어의 공급도에서는 37위, 산, 학협동 19위, 기업간의 기술협력 43위, 신기술개발 및 응용 26위, 과학교육 24위로 나타났다.
결국 우리나라 경제의 문제점은 따지고 보면 산업경쟁력의 기반인 과학기술력이 매우 취약한 데 그 원인이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 투자도 좋은 편이고 전체 인력도 있는 편인데, 과학교육이 부실하고 과학기술을 리드하는 최고급 기술자가 적으며 기술경영관리 및 전략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기초연구가 기술경제 발전을 위한 장기적 지원면에서 목적 지향적으로 이뤄지지 못했고 신기술 개발 및 응용연구에 있어서도 산, 학 및 산, 산 협동연구가 원활하지 못하고 목표지향적이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숙련된 엔지니어의 공급도에서 거의 최하위에 머물고 있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 과학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우선 공과대학 교육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책 일환으로 92년 이후 이공계 대학의 입학정원이 크게 늘었으나 교수 증원과 시설 확충은 미미해서 전국 공과대학의 교육환경은 대학 전체 평균에 비해서 매우 열악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공과대학도 학생 대 교수비는 33 대 1로 그 공과대학이 있는 대학교의 평균 약 20 대 1보다도 교수 1인당 학생수가 13명이나 많으며 MIT의 4.5 대 1, 도쿄대학의 10 대 1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지난 2년간 기자재 확충자금은 어느 정도 대학에 지원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공과대학은 교수의 부족으로 정상적인 교육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공학교육에 대한 투자, 특히 교수 및 보조인력(조교 등)의 증원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편 대학은 교과과정과 교육방식을 산업체의 요구에 부응해서 혁신해야 한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교수들을 신규채용하기 전에 독일의 대학처럼 최소 수년간은 산업체 현장경력을 갖도록 의무화해서 교육의 내실을 기하고 산, 학협동 연구능력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기초기술 정부출연 연구소인 막스 플랑크(Max Planck)연구소와 생산, 응용기술 정부출연 연구소인 프라운호페르(Fraunhofer)연구소가 전국의 여러 대학 전문연구소(공작기계연구소, 유압공학연구소, 로봇연구소 등)를 실질적 산하연구기관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하자는 의견을 참작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연구비용이 절감되고 대학의 연구가 목적지향적으로 되며 산, 학 프로젝트를 수행한 대학원생의 산업체 투입도 매우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학기술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려면 우수한 인력이 과학기술 분야에 모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우수과학기술자들에 대한 병역특례 제도가 프랑스 등 과학 선진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지만 이같은 우수인력 유인제도는 앞으로 더욱 확대 실시돼야 한다. 20대에 가장 창의적인 일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기술 교육에 있어서 이러한 투자와 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이것은 전문성 있는 교육평가 기구의 설립이다. 미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공학기술교육평가기관(ABET)과 같은 민간교육평가 상설위원회가 하루 빨리 설립돼서 교육의 질을 수시로 평가하고 공과대학에 수준높은 공학교육의 방향을 제시해야 우리 과학기술의 경쟁력도 진정으로 강화될 것이다.
<서울대 공대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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