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 업계, 학계 전반에 걸쳐 애니메이션산업 진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정부가 지난 95년부터 국제만화페스티벌(SICAF)과 영상만화대상을 개최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정책적 지원을 약속하고, 굴지의 대기업들이 애니메이션 제작을 활성화하고 있으며 애니메이션 관련학과를 개설하는 대학도 현재 전문대 6개, 4년제 대학 5개에 달한다.
그러나 이같은 관심과 기대만큼 조기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아직 외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처능력이 없는 데다 세계 3위권인 애니메이션 하청제작국으로서 쌓아온 기술적 노하우를 창작 애니메이션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활용할 만한 기획력과 자본력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본과 미국의 산업을 분석해 한국에 맞는 애니메이션 발전 모델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일본은 저예산, 저임금, 높은 생산성의 기조를 유지하며 「출판만화-TV애니메이션-비디오 애니메이션-극장용 애니메이션-캐릭터」 등 각 산업의 수익을 최대한 보장함과 동시에 상호간 위험요소를 분산시킨다. 출판만화를 출간해 오랜 기간 작품의 인기를 검증한 후에 TV시리즈, 극장 및 비디오 애니메이션, 캐릭터 등으로 순차적으로 개발하는 것이다.
최소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노리기 때문에 통상 1초당 8∼12장 또는 5∼7장의 셀(cell, 디즈니는 평균 24장)을 사용하며 그 때문에 동작이 굵고 선이 단순화돼 있는 편이다. 일본의 캐릭터들이 작고 귀여운 것도 단순화된 제작방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들은 출판만화로 창출된 마니아들과 탄탄한 비디오 수요층에 힘입어 인기리에 방영(TV)및 판매(비디오)되고,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극장에서도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애니메이션들은 할리우드 영화산업을 기반으로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주력, 전세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편당 제작비만도 「미녀와 야수」 2천만달러, 「라이온 킹」 4천만달러, 「포카 혼타스」 5천만달러, 「노틀담의 곱추」 1억2천만달러 등 우리 돈으로 1백60억∼1천억원 이상을 투자한다. 1초당 24장의 셀을 사용함은 물론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해 부드럽고 사실적인 동작과 배경을 만들어내고 있어 「예술성」도 상대적으로 높다.
특히 미국산 애니메이션들은 테마파크와 같은 캐릭터산업으로의 연계가 원활하게 이루어져 고부가가치를 얻고 있다. 「디즈니랜드」와 같은 테마파크가 미키마우스를 비롯해 1천여종에 이르는 캐릭터들의 관객 흡인력과 영화사의 홍보전략에 힘입어 연간 1백80억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게 좋은 예다.
이들의 장점을 취합하는 한편 우리의 자본력, 기획능력, 제작기반 등을 감안한 애니메이션 발전 전략이 조속히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이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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