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Y2k] 국내 대응 현황

우리나라의 컴퓨터 2000년(Y2k) 문제 대응은 선진 주요 국가들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수준이라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가트너그룹은 우리나라의 Y2k문제 대응수준이 개도국 이상을 비교할 때 중국 및 아시아권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세계 최하위로 미국에 비해 2년가량 뒤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 차원의 Y2k문제 대응체제가 지난달 말에야 비로소 현실적인 형태를 갖추게 됐을 뿐 아직 실제 기능은 단순 점검이나 지원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등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이는 Y2k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은행의 영업을 한동안 제한하거나 기업의 신용평가 기준에 Y2k문제 대응여부를 반영토록 하는 등 정부가 직접 강력한 추진력을 갖고 Y2k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선진국과는 대조적인 것이다.

민간부문의 대응수준은 정부부문보다도 훨씬 못미친다. 은행권과 대기업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Y2k문제를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과 비전산 분야는 Y2k문제에 대해 관심도 없는 상태다. 한마디로 선진국의 경우 전반적인 사회시스템이 Y2k문제를 풀어가고 있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문제의식도 제대로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정부

Y2k문제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응은 올 들어 비교적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정보통신부 등 일부 관계자만이 관심을 갖고 있을 뿐 정책담당자들은 Y2k에 대한 개념조차 갖고 있지 못했으나 최근 각국 정부의 요란한 목소리와 언론의 보도에서 비로소 문제해결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Y2k문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지난해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최근 국무조정실을 중심축으로 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로 하는 내용의 「컴퓨터 2000년 문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컴퓨터 Y2k문제 대응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각 부처의 역할도 조정, 대응 추진체계를 정비했다.

국무조정실 산하에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컴퓨터 2000년문제 대책협의회」가 전체 업무를 총괄 지휘하고 정보통신부가 기술자문 등 각 분야의 Y2k문제 해결을 지원하며 행정자치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추진실태를, 중소기업청이 중소기업의 Y2K문제 해결을, 그리고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는 민간부문의 Y2K문제 해결을 담당토록 한다는 것이 역할분담의 주요 골자다. 정부는 이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중앙부처 등 공공부문의 정보시스템 현황 및 컴퓨터 2000년 문제해결 추진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점검에 착수했다. 우선 실시하는 현장점검 분야는 국세통합전산망, 은행간 타행환공동망, 항공업무, 의료보험업무, 송배전업무, 주민등록업무, 한국통신 교환업무 등 국가기간 업무.

정부는 이번 현장점검을 토대로 국가사회의 Y2k문제 대응실태를 평가하고 효율적인 대응방안을 수립, 오는 6월중에 2차 현장점검도 실시할 예정이다. 특히 지방행정, 금융, 원전, 전력 및 에너지, 통신, 운송, 항만, 의료, 중소기업, 산업자동화설비 등 10개 부문을 「중점관리부문」으로 선정하고 앞으로 이 부문을 집중 관리해 나가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함께 한국전산원에 기술자문단을 구성, Y2k문제 관련자료를 보급하는 한편 정보안내 데스크 운영, 순회설명회 개최 등을 통해 문제인식을 확산하고 코드체계 표준화 등의 사업도 펼쳐 나갈 예정이다. 또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에 전문기술인력 풀을 구축, Y2k문제 대응에 필요한 기술 및 인력지원 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금융권

금융분야는 국내 여타 분야보다 Y2k 문제인식 및 대응이 가장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주요 금융기관은 Y2k대응 솔루션을 도입하거나 자체 인력을 활용, Y2k 문제해결을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은행은 문제를 이미 해결한 곳도 있다.

다만 방대한 규모로 구축된 금융전산망까지 Y2k문제를 해결하기까지는 아직 거리가 멀고 내부시스템의 Y2k 해결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최근 외국의 신용평가사들이 국내 은행의 신용평가 기준에 Y2k문제 대응여부를 반영하겠다고 밝혀 은행의 Y2k 대응태도는 각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금융기관의 Y2k문제 해결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기관은 한국은행. 한국은행은 올 연말까지 각 금융기관의 내부 전산시스템에 대한 Y2k문제 대응을 완료하고 99년 6월 말까지 외부기관과의 접속 테스트까지 모두 마치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각 은행들이 Y2k 전담반을 구성토록 하고 경영층의 인식제고를 위해 컴퓨터 2000년문제 담당임원을 별도로 두도록 하는 등 「2000년 문제에 대한 금융기관 대응지침」을 마련, 각 금융기관들을 독려하고 있다. 또 한국은행은 각 금융기관의 대응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분기별로 은행들의 대응현황도 파악, 후속 실천방안을 시행해 나갈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특히 2000년 문제로 인한 영업중단 사태 등 최악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계획도 마련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대부분 자체 인력을 활용한 문제해결을 추진하고 있으나 최근 상업은행과 체신금융이 Y2k 변환 툴이나 외부 컨설팅을 도입하는 등 외부 용역서비스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은행이 Y2k 문제대응을 위해 신경을 쓰는 부문은 운용체계(OS)와 TP모니터인 IMS, 메인프레임과 단말기간 통신을 제어하는 VTAM, 응용프로그램 개발툴인 CAP 및 응용프로그램 등이며 DBMS의 경우는 각 은행이 종합온라인을 완료한 상태여서 거의 대응이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OS는 기존 MVS를 OS 390으로, TP모니터인 IMS는 버전 4.1에서 5.1 이상으로, VTAM과 CAP 역시 최신 버전으로 교체해야 한다. 문제는 은행들이 사용하는 기기가 모두 IBM 일색이라는 점. 결국 IBM이 추천하는 대로 따라가야할 입장이다.

대기업

일반 기업 가운데는 그나마 대기업의 Y2k문제 대응이 활발한 편이다. 대기업들은 계열 시스템통합(SI) 업체를 통해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실제 문제를 해결한 기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은 이를 위해 최근 Y2k 문제해결을 위한 툴공급 업체들과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한편 이 툴을 기반으로 그룹내 시스템의 Y2k문제 해결과 향후 독자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태다.

올초 자체개발한 방법론인 「유니세이버 2000」을 발표한 삼성SDS는 최근 미국 연방정부를 주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는 SCI사와 협력관계를 체결했고 포스데이타는 지난주 IT 전문 컨설팅업체인 캡제머나이사와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고, 이 회사 제품인 「아크드라이브」를 채용해 포철계열사의 Y2k 문제해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IBM 변환툴을 채용해 한전의 1백70여개 응용시스템 및 5백19종의 DB를 대상으로 이의 변환작업을 수행해온 한전정보네트웍을 비롯해 현대정보기술, LG-EDS시스템, 대우정보시스템 등도 각각 국내 진출한 외국 툴업체와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대기업 중에서 발빠르게 움직이는 집단은 외국기업의 합작회사와 공공기업. 합작회사의 경우 Y2k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는 합작선의 강력한 요구에 의해 Y2k 문제해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공공기업은 Y2k 문제 영향이 심각하게 미치는 분야라는 점에서 우선 관심을 갖고 있다.

한국통신이 총 2천5백여억원을 투입, Y2k 문제해결에 나선 것을 비롯해 한국전력, 포항제철 등이 최근 컴퓨터 2000년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항공관제시스템에 대해서도 건교부와 항공업체들이 공동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중소기업

한마디로 Y2k문제의 사각지대다. 아무도 Y2k 문제에 대해 말하지 않고 있으며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체제에 따라 우선 생존에 바쁜 중소기업들이 Y2k 문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중소기업의 Y2k 문제는 정부 및 공공기관, 금융기관, 대기업 등과 비교할 때 심각도에서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또 중소기업들이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 오래 전부터 정보시스템을 운용해온 타분야보다 고쳐야 할 부분도 상대적으로 적다. 중소기업의 가장 큰 문제는 비전산분야로 평가된다. 자동화기기는 이미 중소기업에까지 폭넓게 보급돼 있는 반면 Y2k 문제인식도는 가장 낮은 수준이어서 그만큼 문제발생 소지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중소기업의 Y2k문제 해결은 중소기업청을 중심으로 조금씩 인식을 확산시켜 나가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중기청은 최근 자금과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중소기업 컴퓨터 2000년 연도표기문제 대책협의회」를 구성하는 한편 중소기업의 Y2k문제 해결에 필요한 자금을 중소기업지원자금에서 우선 지원하고 중소기업진흥공단에 애로상담센터를 설치, 중소기업의 Y2k문제 관련 애로사항을 지원해 줄 방침이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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