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1월 1일, 갑자기 온라인시스템에 대혼란이 일어난다. 전날 입금한 예금에 무려 1백년치의 이자가 붙어 떼부자가 된 사람들이 속출하는가 하면 지구 곳곳에서 비행기가 떨어지는 사고가 잇따른다. 또 핵발전소의 원자로가 녹아내리면서 예기치 못했던 공포가 세계각국을 엄습한다.』
이는 흔히 「밀레니엄 버그」로 불리는 2000년(Y2k)문제가 야기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하지만 Y2k문제는 대비책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세기말 재앙」으로 꼽힌다. 이때문에 해외재력가들은 오는 2000년이 시작되기 직전에 작은 섬들을 골라 최소한 6개월이상은 피신해 있어야 한다는 「신 노아의 방주론」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밀레니엄 버그는 한마디로 컴퓨터의 연도표시를 두자리로만 사용해 2000년이후 연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생기는 문제를 말한다. 예를들어 1998년을 「98」로만 인식하는 컴퓨터는 2000년 역시 「00」으로 인식하면서 2100년 또는 1900년으로 표기할 수 있는 데서 발생하는 문제다.
과거 컴퓨터의 용량한계에 시달리던 엔지니어들이 날짜표시를 두자리로 줄여 용량부담을 해소하려 했던 아이디어가 오늘날에는 화근이 된 셈이다. 실제로 금융권의 경우 연도표기시 4자리수를 모두 기입할 경우 저장용량이 현재수준보다 무려 25%이상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날짜인식에 오류가 생기면 입력된 날짜의 영향을 받는 각종 응용소프트웨어들이 오작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지적한다. 금융, 생산, 사회간접자본(SOC) 등에 걸쳐 엄청난 혼란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대형컴퓨터나 PC뿐 아니라 자동차, 가전제품 등 각종 생활기기에 내장된 칩들의 인식오류는 현재로선 수정이 불가능해 「눈뜨고 당하는」 최악의 대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때문에 「컴퓨터 모라토리엄」으로도 곧잘 비유되는 밀레니엄 버그가 일으킬 문제는 일차적으로 금융, 행정전산망의 마비에서부터 군사방위체계가 무너지면서 관리자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핵무기가 각국의 상공을 날아다니는 상황까지 치닫을 수도 있다.
물론 이는 2000년이후에 발생할 피해사례들이다. 그러나 Y2k문제는 오는 2000년에 도달하기 전에 우리나라에 유무형의 피해를 주고 있다. 최근에는 무디스, S&P 등 세계유력 신용평가기관들이 밀레니엄 버그를 해결하지 않으면 해외차입 등 외국은행과의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잇따라 공식발표했다. 외환위기에 처해 가능한한 해외 자금유입이 시급한 우리 입장에서 이같은 발표는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우리나라의 해외 주요거래선들도 상품인도의 주요수단인 해운, 항공이 Y2k문제에 전면 노출돼 있다는 점을 이유로 Y2k문제 해결없이는 원만한 통상관계 유지가 어렵다는 입장을 각 요로를 통해 국내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TMR사 등 세계적인 조사기관들은 이처럼 Y2k문제로 인한 책임소재를 가리는 법적분쟁 소요비용만도 5천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경묵 기자>
IT 많이 본 뉴스
-
1
삼성·이통사, 갤럭시S25 사전 예약 혜택 강화
-
2
삼성 갤럭시 간편보상 프로그램 운영…“스마트폰 시장 가치 보존”
-
3
정부, 범용인공지능 개발에 1조원 투입
-
4
스타링크 이어 원웹, 韓 온다…위성통신 시대 눈앞
-
5
美 퀄컴에서 CDMA 기술료 1억 달러 받아낸 정선종 前 ETRI 원장 별세
-
6
7월 단통법 폐지 앞두고 보조금 경쟁 치열
-
7
갤S25 출시 앞두고 아이폰16 공시지원금 대폭 인상
-
8
[2025 업무보고] 과기정통부, AI기본법 실질 성과 창출…범부처 기술사업화 생태계 조성
-
9
SK텔레콤, AI시대 맞아 통합시스템(BSS) 전면 개편
-
10
[ET톡] 샤오미의 두번째 도전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