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를 공황상태로 몰고 갔던 국가 부도 위기 사태는 기존 국내 컴퓨터 유통업계를 지탱해 왔던 모든 거래 관행을 일시에 바꿔 놓았다. 뉴텍컴퓨터, 태일정밀, 큐닉스컴퓨터 등 국내 컴퓨터 유통업계를 이끌어 왔던 중견 업체들이 속속 무너진 상황에서 어렵게 살아남은 업체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기에 앞서 또 다른 활로를 모색해야 했다. 그만큼 숨가쁘게 지나온 몇개월이었고 앞으로 가야할 길도 순탄치 않다. 오히려 예전보다 더 어려울지 모른다.IMF시대를 맞아 컴퓨터유통업체들의 불황극복을 위한 새로운 모습들을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엮어본다.
<편집자주>
『지난해 아프로만의 부도에서 부터 올초 뉴텍컴퓨터와 큐닉스컴퓨터의 부도에 이르기까지 최근 1년간은 국내 중견 컴퓨터업체들이 정신없이 무너진 기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장을 이끌어 왔던 업체들이 사라졌던 만큼 업계의 공백과 후유증도 컸습니다. 하지만 이같은 부도사태가 한편으로는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완전히 새로운 틀 위에서 또 다른 유통 질서를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용산 선인상가에서 컴퓨터 유통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D정보통신 사장은 최근 몇달간 국내 컴퓨터 유통업계를 흔들어 왔던 일련의 부도사태가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오히려 업계 전체의 건전한 장래를 생각했을 때는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어음거래, 덤핑 등 그동안 컴퓨터 유통업계에서 일상사처럼 받아들여졌던 여러가지 구태의연했던 악습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용산 등지에서는 이제 어음을 받지도 않고 주지도 않습니다. 대리점과 총판간에도 현금으로만 거래하지 어음이라는 것은 아예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부도 걱정에 시달릴 필요가 없으니 매출은 떨어졌어도 서로 속은 편합니다. 요즈음은 담보도 부동산은 아예 취급을 안합니다. 보증보험회사를 중간에 두고 보험증서 범위내에서만 물건을 주지요.』
나진상가에서 멀티미디어 주변기기 유통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V컴퓨터의 관계자는 잇단 부도 사태의 여파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새로운 거래 관행의 정립으로 꼽았다. 컴퓨터 유통업계 뿐만 아니라 국내 상거래 질서에서 필요악적 요인으로 꼽혀 왔던 어음 거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다.
어음 거래가 실종되면서 나타난 또 다른 긍정적 변화가 바로 덤핑 물량이 거의 자취를 감춰가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물건을 현금으로 주고 받으니 제조업체와 중간 유통상 등에서 급하게 현금을 끌어다 쓰기 위해 자행해왔던 덤핑의 필요성 자체가 없어진 셈이다.
『최근 경제위기는 국민 모두에게 허리띠를 한번 더 조이자는 절약 분위기를 확실히 심어줬습니다. 최근 2∼3개월 사이에 중고PC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것도 이같은 절약 분위기에 힘입은 바 크지요. 앞으로는 조금이라도 거품을 안고 있는 제품은 컴퓨터 유통시장에서 자리를 못잡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중고PC 판매로 최근 급성장세를 타고 있는 CC마트의 이병승 사장은 앞으로 경기가 안좋아질 수록 절약형, 실속형 PC가 더욱 인기를 끌 것이라고 자신있게 전망했다.
DIY(Do It Yourself) PC, 업그레이드 PC가 최근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최근 부쩍 늘어나고 있는 전자쇼핑몰, 무재고 유통업체 등은 국내 컴퓨터 유통업계가 『폐허에서도 꽃은 핀다』는 진리를 믿고 경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한 의욕적인 시도라고 볼 수 있다.
<함종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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