姜龍國 해태전자 경영기획실장
지난해 말부터 IMF, 모라토리엄, 모럴헤저드, 정리해고 등과 같은 낯선 단어들이 우리의 생활에 서서히 스며들면서 일상용어가 되다시피하고 있다. 겉잡을 수 없이 밀려오는 금융대란, 실업대란, 경제대란 등 서민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는 말들이 무작위로 아무 거리낌 없이 마구 사용되고 있는 현실이다.
살기 위해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면서 가계, 기업, 금융 부문만을 중점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어느 회사, 어느 조직체라도 구조조정의 1순위는 간접 부문일 수밖에 없다. 기업은 수익과 연관이 없는 간접 부문부터 먼저 축소하고 필요할 때는 사업구조 재편을 통한 수익에 맞는 규모로 운영하려고 한다.
국가적인 위기라는 이 때 우리는 어떻게 처신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국가의 부를 창출하고 수익을 일으키는 부문은 어디며 최우선적으로 경쟁력을 찾아야 할 부문은 어디인가」라는 아주 상식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
하루 30명이라는 인명이 자살이라는 극한 선택을 취하고 어린 자식의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절도를 해야만 하는 부모의 마음, 아무 것도 모른 채 임시보호소에서 부모와 이별해야 하는 어린 눈동자를 TV를 통해 볼 때마다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TV를 통해 보이는 모습이 남의 모습이 아니라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아픔이 같이 하기 때문인지 나의 가슴 일부분에 잠재해 있던 분노는 깊은 수렁으로 떨어지고 허무감마저 느끼게 한다.
수많은 대책이 나오곤 하지만 거의가 생색내는 게 대부분이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 최선을 택하라고 하지만 지금의 세태는 정말 중요한 부분은 가만히 있고 나를 제외한 너희들은 조금씩 손해를 보라는 방식이다. 지금의 상황은 제로섬(Zero Sum)도 어려울 뿐 아니라 서로가 최악으로 가는 평행선으로 갈 수도 있다.
이러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사결정 부서를 맡고 있는 담당자의 명확한 역사의식과 사명감이 필요하다. 소명의식을 가지고 스스로부터의 개혁을 한 연후에 누구라도 생각하는 소극적인 방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현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과오에 대한 진정한 반성도 없이 역사를 다시 쓰려 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의사결정을 잘못한 과정에 참여한 담당자들은 용기있게 자신들의 죄를 인정해야 한다.
일신을 위해 다수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몰고간 세력들은 남 탓하지 말고 역사 앞에 반성해야 하며 최소한 자신의 손에 박힌 가시는 아파하면서 절망 속에 조그만 희망이라도 잡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 땅의 선량한 기업과 시민들을 구조조정이라는 허울로 몰아세우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야말로 이 땅의 진정한 경쟁력의 원천이요, 우리가 다시 살아날 수 있는 토대다. 구조조정이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역량으로는 시장경제에 구조조정을 맡기기에는 많은 국부의 유출이 예상된다. 방임하기보다는 진정한 리더십을 가지고 우리의 능력을 최대화한 후 외자도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최근 일부 종금사와 은행의 대출금 출자전환 방식은 취약해진 우리 기업의 재무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기업의 중복된 사업구조 및 잘못된 지배구조는 국가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과감한 통폐합과 투명경영의 실현으로 책임경영체제가 구축될 수 있는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은 무엇보다 기득권을 가진 분들의 고통분담이 요구된다. 어떤 이는 가족을 위해 죄를 범하고 있는 상황에서 조그만 손해도 아까워하는 일부 계층의 풍토는 진정 위기극복에 최대 장애물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불안에 두려워하고 있는 우리 이웃에게 진정한 삶의 용기를 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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