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용 소프트웨어(SW)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80년대 후반부터 PC보급의 확대와 멀티미디어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형성된 교육용 SW시장이 작년초 발생한 대형 유통업체의 연쇄부도 및 최근의 경제위기상황과 맞물려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교육시장이 개방될 경우 최첨단 매체를 활용한 외국의 교육용 SW의 국내 침투는 급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상황에 맞는 교육용 SW개발.육성이 요구되고 있다. 최근 침체일로에 있는 국내 교육용 SW 산업현황과 문제점, 선진국의 상황 및 위기타개방안 등을 3회에 걸쳐 점검해 본다.
<편집자>
교육용 SW는 학교교육과 학교외 교육에 필요한 모든 형태의 교수학습자료를 플로피디스크, CD롬, 데이터베이스, DVD 등으로 디지털화한 것을 통칭하는 것으로 내용에 따라 학교교육용 교과과목별 기본교재 SW와 백과사전류, 문학, 음악, 미술관련 SW 등 학교교육 보조교재, 기타 성인교육 자료 등으로 나뉜다.
교육용 SW는 교육공학적인 입장에서는 정보화시대 교수, 학습 수단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요구되고 있으며 양방향 정보전달의 매체, 컴퓨터 환경을 둘러싼 문화환경 구축의 한 요소로 평가되는 등 학교, 가정에서의 교육 보조매체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고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정보인프라 구축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이다.
백영균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교육용 SW의 필요성으로 학습효과의 증진, 사고력 증진, 컴퓨터마인드 형성 등을 꼽고 있다. 교사가 학습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교육환경을 컴퓨터를 활용한 교육용 SW가 보완해 주며 지속적인 오류검증과 문제분석을 통한 사고력 증진과 정보화 마인드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 교육용 SW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후반부터로 한글화되지 않은 외산 CD롬타이틀이 주를 이뤘다. 문자위주의 플로피디스크가 일부 개발되기도 했으나 화려한 그래픽과 음성데이터를 담은 CD롬타이틀에 밀려 거의 자취를 감췄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교육용 CD롬타이틀은 큐닉스컴퓨터가 91년말 개발한 「성경이야기」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후 삼성전자, 계몽사, 세광데이타테크, 솔빛, 두산동아 등이 잇따라 이 시장에 참여, 95년부터는 개발사만도 수십여개에 달하고 96년에는 시장규모가 2백억원대를 넘어서는 등 성장을 거듭했다. 또한 대형 컴퓨터유통업체들이 교육용 SW를 취급하기 시작하고 교육용, 사무용, 게임SW 전문유통업체들도 상당수 등장해 용산전자상가를 중심으로 SW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성장가도를 달리던 교육용 SW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지기 시작한 것은 작년 초반부터. 한국IPC, 멀티그램, 아프로만 등 대형 컴퓨터유통업체들의 연쇄부도는 기반이 취약했던 교육용 SW시장을 흔들기 시작했다. 부도업체의 재고상품이 일반시장에 대거 유출, 가격질서를 혼란시켜 개발사와 유통사간 거래가 비정상적으로 흐르기 시작했고 자본력이 취약한 개발사의 상당수가 업종을 전환하거나 사업을 포기해야 했다. 게다가 IMF체제에 접어들면서 일반시장에서의 판매가 급감, 악화일로에 처하게 됐고 기존 유통사들이 교육용 SW 취급물량을 대폭 줄이자 개발사는 개발한 제품을 출시조차 못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 업체들은 이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올해 교육용 SW시장은 최대 3백억원 가량의 시장을 형성했던 예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교육용 SW산업이 위기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은 대형유통업체의 연쇄부도와 국가경제 위기 같은 외부요인보다는 불합리한 유통구조와 제품의 질적수준 등 내부적인 요인이 더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부가 한시적으로 구성한 교육용 SW 민간참여 활성화방안 연구팀이 작년 10월 29개 개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개발사들은 용산전자상가 위주의 협소한 유통채널, 덤핑이 난무하는 시장구조 등 유통체제를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고 있고, 유통사들은 최근 1∼2년간 출시된 교육용SW가 기존 교과서에 그래픽 효과만을 가미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품의 질이 판매부진의 이유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마케팅과 영업력의 부족도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주요 구매층인 교사, 학생, 학부모 등을 대상으로 한 적극적인 마케팅이 뒤따르지 않아 좋은 제품을 개발하고도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지는 SW가 상당수라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는 시장 참여업체들이 대부분 자본력이 취약한 영세업체들이라는 것과도 결부된다.
세광데이타테크의 박지호 부사장은 『독자영역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변의 악영향이 교육용 SW시장에 그대로 연결돼 기반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홍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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