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SW)업체들 가운데 수출을 추진하는 업체를 꼽으라고 하면 사실은 「전부」라는 대답이 가능하다. 그만큼 국내 SW업체들의 해외진출 노력은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SW업체들이 이처럼 수출에 전력투구하는 것은 국내경기 침체로 내수시장에 의존해서는 더이상 성장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유통시장이 붕괴되면서 SW의 정상적인 거래질서가 사실상 무너져 SW 개발사들은 그동안 극심한 경영압박을 받아왔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해외시장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라고 할 수 있다. 96년말 정부가 SW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SW 수출산업화를 추구하겠다는 강력한 정책의지를 발표하면서 업계도 비로소 눈을 뜨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해외시장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면서 SW산업 수출실적도 최근 급증하고 있다.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SW 수출규모는 총 8천1백만달러로 전년대비 2백% 이상 증가했다. 이같은 실적은 IMF 체제라는 최악의 상황을맞이한 가운데 얻은 결실이어서 더욱 값진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SW수출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그동안 수출을 주도해온 수주개발 이외에 게임 등 패키지SW 수출이 성사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비록 금액면에서는 수주개발 사업에 미치지 못하지만 실질적인 「우리제품 판매」라는 점에서 패키지SW 수출 의미는 매우 각별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산 SW의 수출은 올들어서 환율변동 영향으로 한층 가격경쟁력을 갖게 되면서 성사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시스템, 버추얼아이오, 유니소프트, 인포데스크, 쓰리소프트, 거원시스템, 다존기술, 한국아이시스가 올들어 수출실적을 올린 업체들이다. 특히 SW협회는 올해 소프트웨어 수출이 지난해보다 1백60% 성장한 2억1천2백만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수출 가능성이 엿보이면서 SW 수출을 지원하는 여건도 한층 나아지고 있다. 화이트미디어의 「칵테일97」을 수출대행하기로 한 삼성물산을 비롯해 (주)대우, 현대정보기술 등 종합상사나 대기업들이 SW수출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조이월드나 한컴서비스 등 SW 해외마케팅 전문회사들도 출현하고 있다. 특히 24일 실리콘밸리에서 문을 연 해외SW지원센터는 국산 SW수출의 현지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SW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강력히 표방하고 있는 정부 역시 2002년에 28억달러의 수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SW를 수출전략 품목으로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정책을 시행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SW수출은 요란한 목소리에 비해서는 전반적으로 태동기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수출이 성사된 것처럼 발표된 사례 가운데 실제는 도중하차한 것도 적지 않아 거품도 끼어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업체들의 강한 의지와 정부의 지원정책, 주변산업 활성화 등 여건은 점차 성숙되고 있다는 점에서 SW 수출을 위한 「터」는 어느 정도 닦인 상태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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