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정보화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정보화할 것인가, 무엇이 진정한 정보문화인가를 차분하게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손융기 정보문화센터 신임 사무총장(60)은 『지금은 정보문화의 기반과 철학을 정립해나가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PC보급이나 컴퓨터 교육 등 수혜자의 수에만 치중하는 양적인 정보화에서 벗어나 정보의 실질적인 활용도를 높이는 질적인 정보화로 한단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질적인 정보화」를 외치는 손 총장이 가장 주목하는 분야는 바로 교육이다. 정규교육 기관에서 정보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
『실질적인 정보화를 하려면 단순히 컴퓨터의 작동원리만 가르쳐서는 안됩니다. 정보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교육을 해야지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정보를 스스로 찾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이를 위해 손 총장은 교사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해야 학생들에게 정보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고 교사들 자신이 어떻게 해야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강좌를 개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오는 5월에는 그동안 지역정보화의 핵심역할을 담당했던 지역정보화추진협의회를 해체하는 대신 발전적인 방향으로 민간운동단체인 정보문화운동협의회를 발족시킬 방침이다.
『요즘 국가정보화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산업기술 부문의 진작에만 너무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국내 기술이 뛰어나고 정보산업이 발달돼 있다고 하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수요가 창출되지 않으면 정보화 된 국가를 건설할 수 없습니다. 정보통신 수출대국은 될 수 있을 지 모르지요.』
이같은 손 총장의 정보화관은 그가 몸으로 체험한 데서 나온 것이다. 손 총장은 가끔 장성한 아들들에게 PC통신을 이용해 직접 작성한 메일을 보낸다.
『얼마전에는 신문에 나온 미담 기사를 보고 느낀 소회를 적어 큰아들에게 보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답장이 왔는데 뜻밖에도 제 생각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더군요. 그래서 「아! 이녀석이 다 커서도 속이 안찬 줄 알고 걱정만했는데 그게 아니구나」 생각하고 마음 든든해한 적이 있었습니다』
손 총장은 바로 이런 것이 정보통신을 활용하는 기쁨이라고 말한다. 자판을 두드리는 것도 서툴고 컴퓨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되는지 잘 모르지만 필요할 때 잘 활용할 수 있느면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손 총장은 올초에는 「메일북98」이란 프로그램을 직접 제작하기도 했다. 이 프로그램은 전남 체신청장으로 재직하면서 고객관리를 위해 제작한 것인데 개인정보 관리는 물론 전자우편 파일 작성과 DM발송, 우편번호, 일정 관리까지 지원한다. 프로그램의 코딩은 전문가가 했지만 프로그램의 구성과 디자인 등은 하나에서 열까지 손 총장이 직접 했다.
『어떤 사람은 저더러 미쳤다고까지 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말로 하더라도 직접 정보기기를 이용해보지 않으면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손 총장이 몸으로 느낀 체험을 어떻게 다른 사람들에게 전파해나갈지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기대에 찬 눈길을 보내고 있다.
<장윤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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