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국 합작 다국적 벤처기업 등장 의미

한, 불, 중 3개국의 가전업체들이 1천4백만 달러 상당의 자본합작을 통해 다국적 벤처기업을 설립키로 했다는 소식은 침체된 국내 오디오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이미 채산성악화로 한계사업으로 지목받고 있는 오디오분야인데다 이번 합작에 참여하는 국내 기업이 무명의 벤처기업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벤처기업 설립에 참여하는 기업이 세계적인 가전업체인 프랑스의 톰슨사와 중국의 최대 국영 가전업체인 CEIEC, 그리고 중국 중앙은행이라는 사실에 대해 다소 믿을 수 없다는 눈치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 톰스사가 국내 벤처기업과 공동으로 벤처기업을 설립한다는 것도 믿기지 않는데 여기에 중국의 최대 가전업체와 은행까지 참여한다면 향후 세계 오디오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실제로 합작법인이 설립되기 까지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업계의 입장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갖고 있다.톰슨의 경우 대우전자에 매각을 추진했던 사실에 비춰볼 때 벤처기업에 투자할 정도로 기업운영에 여력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중국의 CEIEC는 판매만 전담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겠지만 중앙은행의 성격을 띠고 있는 뱅크 오브 차이나의 경우 쉽게 외국회사들과 그것도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은 좀 어렵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업계의 이런 부정적인 전망과는 달리 이번 합작건은 성사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톰슨과 탑텍이 3개국 합작의 벤처기업 설립에 앞서 2백만 달러를 투자해 한국법인을 설립키로 계약을 체결하고 이미 삼성동에 연구개발(R&D)과 해외영업을 전담한 사무실까지 마련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번 합작건은 또 국내 벤처기업인 탑텍 보다는 탑텍과 오랜동안 거래관계를 맺어온 미국 가전업체인 RCA측에서 탑텍의 기술력을 믿고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톰슨이 경영권을 인수한 RCA는 이미 20년전에 중국에 생산기지를 마련해 놓고 있는 중국통이기 때문에 중국 가전업체나 은행이 한국의 벤처기업인 탑텍보다는 RCA를 믿고 이번 합작에 참여할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특히 홍콩증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중국 뱅크 오브 차이나의 경우 탑텍과 RCA의 기술력 및 해외영업능력을 믿고 있기 때문에 큰 부담없는 선에서 다국적 벤처기업에 투자할 의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탑텍측은 밝혔다.

사실 탑텍이 보유한 오디오기술은 최근 세계 최초로 개발, 수출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3CD체인저를 탑재한 AV리시버앰프만 봐도 투자가치가 충분하다. 여기에다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비디오CD내장형 리시버앰프가 곧 출시될 것으로 알려져 RCA는 물론 중국측에서 오히려 손을 내민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합작건이 성사돼 다국적 벤처기업이 설립되면 향후 세계 오디오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합작건은 세계 수준의 기술력과 자본, 그리고 해외판매망과 생산능력을 고루 갖춘 3국의 주요 가전업체들과 은행이 참여한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기 때문이다.

탑텍의 황준성(38)사장은 『AV리시버앰프분야에서 이미 기술을 인정받은 탑텍이 개발을 전담하고 미국 가전업체인 RCA와 이 회사를 인수한 프랑스 가전업체인 톰슨이 각각 북미와 유럽시장을, 중국 전역에 가전판매 유통망을 갖고 있는 CEIEC가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을 책임진다면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아무튼 이번 합작사 설립을 게기로 기술력만 있으면 해외 자본이 몰려온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국내 전자업계에 신선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김종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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