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에 이어 컴퓨터(PC) 주변기기가 최근 신용카드를 이용한 불법할인 품목으로 활용되고 있어 관련업계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IMF 한파로 주기판, 그래픽카드, CD롬 드라이브 등 PC 기기류를 신용카드로 구입, 덤핑 판매하는 중간상인이 늘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컴퓨터 업계의 연쇄도산으로 주변기기 및 부품 공급업체들이 자금회수에 위험성이 따르는 어음판매보다는 현금판매를 선호하면서 어음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덤핑 판매는 크게 줄었다. 하지만 최근엔 신용카드로 컴퓨터 주변기기를 대량 할부구입한 후 이를 싼 가격에 되파는 중간상인들이 늘어나면서 안정세를 보이던 주변기기 시장이 다시 혼탁해지고 있다.
PC 주변기기가 불법할인 품목으로 선호되고 있는 것은 가전제품에 비해 단가가 낮아 현금화가 쉽고 제품의 부피 또한 작아 임시 보관 및 관리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추세는 PC매장이 밀집돼 있는 용산 전자상가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용산 전자상가엔 주변기기 총판 및 대리점이 집중돼 있어 제품 구입이 용이하고 수요처인 조립PC 매장도 수백개에 달해 구입 및 판매가 동시에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신용카드를 이용, 제품을 대량 구매한 중간상인들은 구입가보다 3천~1만원이 싼 가격에 제품을 유통시키고 있는 데다 과당경쟁에 따른 마진감소로 고민하고 있는 조립PC 매장은 마진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챙기기 위해 값싼 제품을 찾고 있어 수요 및 공급은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주변기기가 덤핑가격에 유통된다는 소문이 상가전체에 퍼진 이후엔 정상제품의 판매가 어려워지므로 해당 주변기기를 취급하는 총판 및 대리점들은 큰 타격을 입게 마련이다.
PC용 주기판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터미널전자쇼핑의 Y사장은 『고객이 어음 및 신용카드로 제품 대량구매를 의뢰해 올 때 신분 및 용도를 확인하는 등 제품판매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며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제품을 판매할 것인가 판매하지 말 것인가를 한번 더 고민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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