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의 반도체 사업 진출이 금융위기로 수개월간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대만 언론을 중심으로 동부그룹의 파트너인 IBM이 대만 에이서사와의 제휴를 검토중이라는 기사가 집중 보도되면서 동부 그룹의 반도체 사업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에이서와 IBM의 제휴설이 돌기 시작한 것은 기존 에이서와 미국 TI사간의 D램 부문 합작사인 TI-에이서사에서 TI가 지분을 철수한 지난 3월부터다.
에이서측이 TI를 대신할 자금 및 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업체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동부와의 프로젝트가 답보 상태인 IBM에게 추파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IBM 역시 99년 이후 D램의 안정적인 공급원이 필요한 상황에서 동부와의 사업 지연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새로운 파트너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동안의 주변정황을 미뤄볼 때 IBM과 에이서의 D램 합작건은 일부의 추측처럼 단순히 에이서의 「자가발전」만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부그룹은 이 문제에 대해서 확실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IBM측이 현재 동부가 처한 입장을 이해하고 있으며 동부와의 사업 성사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정도의 답변만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동부그룹과 에이서가 IBM 영입을 위해 내건 조건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IBM의 움직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동부그룹은 IMF라는 돌발 사태로 당초 전체 소요 자금의 70% 정도를 국내 금융기관에서 조달키로 했던 방안을 전면 수정, 해외자본 유치를 도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을 빌리는 단순 차입보다는 외국 반도체 관련업체, 특히 D램 수요가 발생하는 컴퓨터업체의 자본을 직접 끌어들이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업 파트너인 IBM측에 대해서는 전환사채나 장비 리스 형태를 포함해 약 10%정도의 지분참여를 요청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와함께 당초 15%정도로 계획했던 자기자본 비율도 3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조건을 IBM측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에이서측은 과거 TI의 지분(26%) 수준의 지분을 IBM이 직접 참여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 변수는 사업의 신속성 여부다. 에이서는 IBM의 지분 참여만으로 간단하고도 신속히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반면 동부그룹의 여러 가지 해결해야할 난제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불리하다는 분석이다.
세 번째 문제는 IBM이 제공할 이른바 트렌치 기술에 대한 소화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동부전자의 인력은 세계 메모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3사의 고급인력들로 구성돼 있고 특히 이 인력중 상당수가 IBM의 기술연수를 받은 상황이다. 그만큼 준비된 인력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반면 에이서는 TI와의 제휴기간중 16MD램까지의 경험만을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마지막 변수는 IBM이 외국업체와 제휴하려는 본래 목적이 D램의 안정된 공급 때문이라는 점이다. 동부의 경우, 자체 메모리 수요가 거의 없기 때문에 생산되는 제품의 절대량을 IBM에 공급할 수 있는 반면 에이서는 자체 수요 때문에 생산량의 상당부분을 자체적으로 흡수할 것이라는 것이 IBM-에이서 제휴의 최대 걸림돌이 될 가능성을 예측케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동부-IBM-에이서 삼자 연합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어 동부의 반도체 사업은 이래저래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최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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