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엠마

일요일 오후,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앉아 들을 법한 사랑이야기. 「엠마」는 한가하고 나른한 일상사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한바탕의 수다처럼 무미건조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사랑의 몽상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영화다.

엠마 톰슨의 뛰어난 각색이 찬사를 받았던 「센스 앤 센서빌러티」를 비롯해 「엠마」를 현대판으로 옮긴 「클루리스」에 이르기까지 제인 오스틴의 원작에서 느껴지는 일상성의 유머와 언어의 재기 발랄함은 영화 「엠마」에서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브래드 피트의 연인이었다」는 사실로 더 유명해진 기네스 펠트로우의 매력에 초점을 맞춰간 「19세기의 수다스러운 말 잔치」가 중반 이후부터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의 정감 어린 시선은 힘을 잃지 않는다.

가정교사인 테일러와 이웃에 사는 웨스턴을 중매해 결혼시키는데 성공시킨 엠마(기네스 펠트로우 분). 그녀 스스로는 결혼에 대해 아무런 의미를 느끼지 못하는 23세의 영리하고 귀여운 아가씨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일은 잘 어울리는 커플을 탄생시키는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그녀의 주위엔 고아이지만 귀족출신의 친구 해리엇(토니 콜리트 분)과 형부의 동생이자 사려 깊은 조언자인 나이틀리(제레미 노덤)가 있다.

첫 번째의 중매 성공으로 기세가 등등해진 엠마의 두 번째 목표는 해리엇. 그녀는 농부 출신인 마틴에게 관심을 보이는 해리엇을 설득해서 교구목사인 엘튼과 결혼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나이틀리는 「출신성분 보다는 사람됨이 중요하다」며 충고하지만 엠마에게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를 농부와 결혼시키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엘튼의 관심은 엉뚱하게 엠마에게 쏠리고,그로부터 사랑의 고백을 듣게 된 엠마는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그러던 어느날 웨스턴의 아들인 프랭크 처칠이 마을로 돌아오자 엠마는 이번엔 해리엇과 프랭크를 결합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그러나 해리엇으로부터 「나이틀리를 사랑한다」는 고백을 듣게 된 엠마는 자신이 나이틀리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데. 이제 그녀의 기도는 자신을 위한 것으로 바뀐다. 나이틀리가 자신과 결혼하던가 아니면 평생 혼자 살게 해달라는 것.

적어도 삶의 고단함을 탈출하기 위한 「영화보기」의 행복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며 창고에서 긴 시간을 잠자는 동안 이완 맥그리거는 어느덧 스타가 되었지만 그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배역에 대해 실망을 금치 못할 듯. 하지만 엠마와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멋진 보너스로 주어진다. 아카데미 뮤지컬 코미디 음악상 수상작. 귀엽고 사랑스런 귀족처녀 엠마의 의상을 보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엄용주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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