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들보다 훨씬 더 바쁘게 지내는 사람이 있다. 지난 93년부터 장애인을 위한 재활공학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 변증남 교수(전기 및 전자공학과, 55)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 75년 국내 최초로 로봇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 산업용 다관절 로봇을 개발하는 등 이 분야에 최고의 권위자로 유명하다.
변 교수가 그동안 개발해낸 제품만도 손, 발이 불편한 지체 장애인을 위한 재활공학시스템, 청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통역시스템,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 시스템 등 모두 3종류에 달한다.
특히 재활공학시스템은 지체 장애인들이 첨단 로봇 팔을 이용해 식탁위에 놓여 있는 물컵이나 스푼 등을 지유자재로 들수 있는 등 탁월한 성능으로 이미 여러 곳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했다.
또 수화통역시스템은 화상인식 기술을 응용, 카메라 앞에서 청각 장애인들이 수화하면 그 내용을 컴퓨터가 인식, 청각 장애인들간에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한 것으로 향후 통신망과 이를 연계하면 청각 장애인들의 복지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 시스템 역시 첨단 기술의 결정체. 이 시스템은 시각 장애인에게 길을 안내하는 안내견의 역할을 로봇이 대신하도록 한 것. 이 시스템은 카메라, 자이로스코프 및 7개의 초음파 센서가 부착된 이동로봇이 인도의 위치를 파악, 시각 장애인이 가려는 곳을 안내할 뿐 아니라 무선 모뎀을 통해 외부와 각종 정보를 통신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장애인을 위한 첨단기술 개발로 최근 변 교수 사무실에는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KBS, MBC 등 방송사는 물론 전국 주요 일간지 등으로부터 특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을 정도이다.
국내 로봇 1호 박사로 각종 산업용 로봇 개발에만 전념했던 변 교수가 장애인 재활시스템 개발분야로 연구방향을 전환하게 된 계기는 지난 93년부터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그는 그 때 미국 센디에고에서 열린 한 학회 모임에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한 유럽 학자로부터 「시각 장애인을 위한 수화인식 시스템을 개발」에 관한 소식을 처음 접하는 순간 『이것이 바로 내가 앞으로 필생의 사업으로 도전해 볼 만한 연구주제』라고 느꼈다. 그는 이때부터 제2의 연구인생을 맞게 된다.
당시 그의 나이는 만 50세. 그는 또 그 때 『사람들이 왜 50세를 일컬어 「하늘의 뜻을 따르게 되는 시기」라는 의미에서 「지천명」이라고 부르는지 그 이미를 알 것 같더라』고 회고하며 멋적어 하기도 했다.
변 교수는 앞으로의 남은 생애도 장애자를 위한 첨단 기술개발에 바칠 것을 다짐하며 오늘도 연구실에서 외로게 밤을 지새우고 있다.
<서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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