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환칩업계, "틈새시장" 대공세

최근 1천달러이하 저가 PC 시장이 빠른 성장세를 보임에 따라 주요 프로세서 업체들의 이분야 시장공략 움직임이 활발하다.

저가 PC는 올해말까지 기업들이 사용하는 PC의 2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유망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인텔의 시장을 잠식해 온 어드밴스트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 사이릭스 등 호환칩 업체들은 물론이고 이들보다 한 발 앞서 고성능 제품을 발표하는 전략으로 고가 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해 온 인텔마저도 최근 전략을 수정해 이 분야에 대한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1천달러 안팎의 PC에 채용되는 저가 프로세서 시장이 프로세서 제조업체들의 최대 격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IBM이 프로세서 시장에서 인텔의 지배력에 대항키 위해 AMD와의 연합전선 구축 움직임을 보이는 등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경쟁의 추이는 섣불리 예상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AMD 등 인텔 호환칩 업체들이 저가 프로세서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외적으로는 PC 시장의 저가화 선호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지만 내적으로는 이 분야가 인텔의 「취약 부위」라는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

「프로세서 시장의 거인」인 인텔은 고성능 고가 제품 기반의 고마진 전략을 추구해 온 결과 저가 시장은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그 결과 이 분야에선 인텔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고 오히려 호환칩 업체들의 영향력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호환업체들은 고성능 프로세서 분야에선 4%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반면 다소 성능이 떨어지는 보급형 분야에선 2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호환칩 업체들은 저가 PC의 수요 증가에 따라 외적 시장조건이 자신들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는 상황을 최대한 활용해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저가 프로세서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사이릭스는 당초 2백33백 및 2백66MHz 「미디어GX」를 주력으로 시장 공략에 나선후 가을께 3MHz 제품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최근 3백MHz 「MII」를 전격 발표, 조기 투입을 통한 시장확대에 본격 나섰다.

이 회사는 또 1백20 및 1백50MHz의 처리속도를 갖고 4∼5와트의 전력을 소비하는 저가 노트북용 미디어GX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AMD도 「K6」와 「ElanSC400」 등을 내세워 저가 PC 시장은 물론 핸드헬드 P, 서브 노트북 시장 등으로까지 세력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호환업체들의 이같은 적극적인 공세에 맞서 인텔도 8백∼1천2백달러의 저가 PC시장을 겨냥한 기본형 프로세서인 「셀러론」의 첫 모델을 이달 15일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시장 쟁탈전에 돌입할 예정이다.

인텔은 셀러론 첫 모델을 레벨2 캐시가 없는 2백66MHz 펜티엄II 프로세서로 하고 이후 발표될 제품은 1백28KB의 통합형 레벨2 캐시를 갖춘 3백MHz 펜티엄II로 할 계획이다. 물론 이들 저가 프로세서들이 호환업체들의 경쟁 제품과 비교해 가격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인텔의 입장이다.

그러나 일부에선 셀러론이 기존 펜티엄II에 비해 30% 가량 성능이 감소했다며 큰 인기를 끌지 못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어 인텔의 저가 프로세서 시장공략 노력이 어느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런 가운데 AMD가 IBM과 최근 K6의 위탁생산 계약체결을 전격 발표한데 이어 이 회사로부터 자금지원까지 받고 있다는 일부 보도가 나와 향후 시장 판도와 관련,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두 회사의 최근 움직임이 향후 장기적인 전략적 제휴관계를 맺기위한 사전 정지작업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석은 IBM이 인텔의 프로세서 시장지배를 견제하기 위해 AMD를 활용할 경우 이 회사가 저가 프로세서 시장은 물론 일부 고성능 분야에서도 인텔의 강력한 도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IBM의 지원이 AMD에게 만병통치약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무엇보다 IBM의 지원으로 AMD가 그동안의 K6 공급난을 해소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은 틀림없지만 이것이 AMD의 신규시장 개척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AMD 칩을 사용하지 않던 주요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IBM이 이 회사를 지원한다고 해서 AMD 제품을 구입할 것이라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 반도체시장 분석가는 이와관련, 휴렛패커드와 델 컴퓨터는 「결코」 AMD 칩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게이트웨이도 「회의적」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AMD가 IBM과의 협력을 통해 현재 진행중인 0.35미크론에서 0.25미크론 더 나가 0.18미크론 기술습득 기간까지 단축하면서 제조기술상의 큰 진전을 이루게 될 것이라는데는 분석가들이 견해를 같이 하고 있다.

<오세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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