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기술동향] 광학기기용 흐림없는 유리

카메라, 망원경, 잠망경, 안경 등 광학기기의 경우 습기는 천적이나 마찬가지이다. 렌즈에 물기라도 스미고 또 날씨가 추워져 그 수분이 얼어붙기라도 하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기 때문이다. 그 뿐아니라 때로는 생명처럼 여기는 정밀도에도 영향이 미쳐지기 때문에 골치거리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관련업체들에게는 이 수분 문제를 깔끔히 처리할 수 있는 「물먹는 하마」기술 개발이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이며 그 기술을 찾는데 연구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사무기기 및 카메라 제조업체인 일본 캐논은 최근 김이 서리거나 그 수분이 얼어붙어서 유리가 흐려지는 것을 방지하는 기술로 특히 광학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흐림방지막(膜)을 개발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캐논의 흐림방지막은 흡수성이 좋은 고분자를 사용해 유리 표면에 붙어 있는 미세한 물방울을 모두 흡수하도록 돼 있다.

사실 흡수성 또는 친수성이 있는 막을 유리 표면에 형성해 수분으로 유리가 흐려지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은 사실 이전부터 있어 왔다. 다만 그 용도가 욕실용 유리 등으로 한정돼 있을 뿐이다.

이전 방법을 그대로 광학기기에 채용하는 것은 무리다. 렌즈나 유리 표면의 정밀도를 의미하는 표면 평활도(平滑度)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친수성을 이용하는 흐림방지막의 경우 유리 표면에 높이가 불균등한 수막(水膜)이 형성되고, 흡수성이 있는 고분자를 사용했을 경우는 수분을 흡수하면 고분자의 체적이 팽창해 막 두께가 두꺼워지는 문제이다. 즉 막 두께가 유리 표면 상에서 균일하지 않기 때문에 미세한 요철이 생기는 것이다.

캐논이 개발한 흐림방지막은 이같은 흡수막을 개량해 광학기기에도 응용할 수 있도록 활용 범위를 한 차원 높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새 흐림방지막의 가장 큰 특징은 물기를 흡수해도 고분자 체적이 늘어나지 않도록 한 점으로 이를 위해 거의 팽창하지 않는 무기(無機) 고분자와 흡수성이 좋은 유기(有機) 고분자를 효율적으로 배합해 사용하고 있다.

그 구조는 무기 고분자가 스폰지 모양으로 전체를 감싸도록 하고 그 스폰지 공간에 유기 고분자를 채우는 모양으로 돼 있다. 즉 유기 고분자가 무기 고분자에 둘러싸여져 있어 물기를 흡수해도 체적이 거의 늘어나지 않게 되는 구조이다.

또 캐논은 흐림방지막을 광학기기에도 응용할 수 있도록 흐림방지막 위에 형성할 수 있는 반사방지막도 새로 개발했다.

지금까지 반사방지막은 수분을 통과하지 못하기 때문에 흐림방지막에 부착하면 흐림방지막의 흡수성은 상실된다. 이와 달리 새 반사방지막은 다공질(多孔質)로 돼 있어 물을 잘 흡수할 수 있다.

이 반사방지막은 공기와 유리 사이에 굴절률이 높은 막으로 설치돼 렌즈 표면에서 반사를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캐논은 새 흐림방지막을 우선 올해 말 자사의 일안리플렉스카메라용 아이피스(파인더에 부착하는 옵션 상품)에 응용해 제품화하고, 이후 카메라 렌즈 등에도 활용해 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제품화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이다. 예를 들어 카메라 렌즈에 반사방지막만을 채용하는 현 방식보다 흐림방지막까지 형성할 경우 제조비용이 10배나 상승한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안경 등에 사용할 수 있어 기술로열티만으로도 상당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신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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