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면도기 전문업체인 성진전자가 요즘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가전업계에 파다하다. 지난 1.4분기 동안 전기면도기 45만달러어치의 수출을 이뤄낸데 이어 환율인상으로 외산 전기면도기가 주춤거리는 사이 발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넓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중소업체로서는 시도하기 어려운 TV-CF를 방영, 자사의 「조아스」 브랜드 알리기에 나서는 등 공격적인 마켓팅을 펼치면서 가전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국산 전기면도기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필립스, 브라운, 내셔널 등 외산 제품만이 아니라 우리의 기술력으로 만든 순수한 국산제품이 있고, 또 수출을 할 만큼 기술력도 우수하다는 걸 알리고 싶었습니다.』
성진전자 오태준사장(44)은 지난 82년 설립이래 15년간 전기면도기만을 고집해 왔다. 90년초부터 공격적으로 밀고들어온 외산 전기면도기 때문에 20여개가 넘던 국내 전기면도기 제조업체들이 현재는 2,3개로 줄어들어 겨우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성진만큼은 전문업체로서의 자존심을 끝까지 지키겠다는 각오다.
오사장은 최근의 성과에 대해 「기술력에 대한 꾸준한 투자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당시만해도 국산 제품이 모터소음에서부터 절삭력의 문제, 디자인의 진부함 등으로 외산보다는 기술력이 뒤떨어졌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도 디자인에 대해 눈을 뜨고 날과 망, 모터 등 핵심부품을 국산화하는 등 지속적인 투자로 기술력 향상에 박차를 가해왔습니다. 그 결과는 지난해 반덤핑제소의 결과를 봐도 알 수 있지 않습니까.』
지난해초 국내 전기면도기 제조업체들은 필립스, 브라운 등 외국 업체들을 상대로 한 전기면도기 반덤핑제소에서 최종덤핑확정판정을 받아내고 이들로 하여금 자진해서 가격을 인상하도록 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이것은 그동안 외국업체들이 전기면도기를 덤핑수입, 불공정하게 국내에 유통시킴으로써 정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국내 업체들에게 피해를 줬을 뿐만 아니라 산업전체에도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것을 확인받은 셈이다.
성진전자는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그동안 개발해오던 LCD장착 전기면도기를 상품화시켰다. 충전상태를 LCD로 알려줄 뿐만 아니라 30분 급속충전이 가능하고 디자인을 혁신한 고급, 고가 제품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내수시장에 자사의 제품을 확산시켜 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같은 성진전자의 움직임에 마침 가속도를 붙인 것은 외환위기 정국이다. 환율인상 때문에 주춤거리고 있는 외산의 틈새를 비집고 광고, 홍보를 강화하고 직판에도 나서는 등 발빠른 마켓팅 활동을 펼쳐왔다. 또 핵심부품을 국산화했기 때문에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낮아 수출경쟁력을 갖춘데다 지난 94년부터 무역부를 두고 차근차근 쌓아온 정보를 바탕으로 속속 수출오더를 성사시켜 나갔다.
성진전자의 직원들은 대부분이 근속연수가 10여년이 넘는다. 그만큼 전기면도기와 관련된 기술과 경험을 꾸준하게 축적해온 인력들이 많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오사장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거나 비정상적인 경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원들이 믿고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준 것 같다』며 『지금은 이런 인력들이 회사를 키워나가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제 곧 성진전자는 경기도 광릉의 신사옥으로 이전한다. 15년간 가져왔던 꿈이 이뤄질 예정이다. 연구개발팀, 디자인팀, 관리팀이 있을 사무동과 생산라인, 자재창고, 물류창고들이 한곳에 갖춰져 생산성 향상 뿐만 아니라 전 직원들이 얼굴을 맞대고 국산 전기면도기 발전에 힘을 모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일류의 전기면도기 전문업체가 되는 것」이 희망이라는 오사장의 얼굴에는 성진전자의 내일이 엿보인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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