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회장 맡아야 하나,말아야 하나』 『애플이나 픽사냐』
지난해 사임한 길버트 아멜리오회장 후임으로 애플의 창업자이자 현재 임시회장겸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스티브 잡스가 정식회장 수락에 대한 이사회의 요청을 받고 고민에 빠져 있다.
86년 설립이후 계속 회장직을 맡고 있는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정리하고 애플로 완전 복귀할 것인지,아니면 애플을 다른 후임자에 물려주고 애니메이션 사업에 전념할 것인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
애플은 당초 아멜리오회장 사임후 신임회장을 영입할 때까지만 임시로 잡스에게 회장직을 위임할 방침이었다.그러나 지금까지 적임자를 찾지 못해 최종적으로 잡스에게 영구회장직을 제의하고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사실 애플내에서 잡스가 미치는 영향력이나 권위는 현재로선 거의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게다가 「임시」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잡스가 지난 몇개월간 보여준 의욕은 대단해 세부적인 문제까지 직접 꼼꼼히 챙긴다는 평이다.
따라서 현재 애플의 공백을 메워줄 최선의 대안은 잡스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우세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왕성한 의욕과는 달리 회장직에 대한 잡스의 입장은 처음부터 부정적이었다.
지난해 9월 임시회장직을 맡고 난 후 다음달 정식회장 제의가 들어왔을 때 그는 전혀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픽사 일을 계속 맡아야 하고 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더 많이 가져야 한다는 이유 때문.
또 그가 지난해 애플의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는 사실에서도 그때까지 애플에 별 애정이 없어 보이는 듯 했다.
그러다 두달 뒤 마음이 변한 그는 이사회에 조건이 맞으면 회장직을 수락하겠다고 전했다. 애플이 적자행진끝에 흑자로 돌아서면서 회생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때였다.
하지만 이사회가 제시한 조건에 잡스는 만족하지 못한 듯했다. 다시 생각할 여유를 달라며 시간 끌기를 두달여. 그리고 나서 몇주전 잡스는 다시 이사회에 최고의 조건을 요구했다.
그동안 마땅한 후보를 찾지 못했던 애플은 결국 지난달 24일 이사회를 열어 그에게 정식회장요청과 함께 애플주식의 5%가 넘는 7백만주를 주겠다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이는 현재 애플의 주가로 환산해 약 2억달러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잡스는 계속 결정을 미루고 있고 이에 대한 호사가들의 해석은 분분하다.
그렇다면 애플이 잡스에게 이처럼 간절히 구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잡스가 임시회장으로 복귀한 이후 애플의 경영상태가 눈에 띠게 호전되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사실 경영의 귀재라고 불리던 아멜리오회장도 물러나게 만들었던 애플의 심각한 증세는 잡스의회장대행 이후 놀랍게도 진정기미를 보여 왔다.
우선 실적을 보자. 자사 98회계년도 1.4분기가 끝난 지난해말 이 회사는 4천7백만달러의 순익을 기록,2년간 20억달러에 달하는 적자행진을 마감하고 흑자전환의 기틀을 만들었다. 조직개편과 사업축소등의 구조조정이 효력을 나타낸 데다 전략제품으로 내놓은 파워PC 750기반의 매킨토시 G3 판매가 예상밖의 호조를 보인 덕분이었다.
올들어서도 애플은 계속 회복세를 타면서 이번 분기에 다시 3천6백만달러정도의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년전 7억8백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결과다. 애플의 이같은 노력은 주식투자가들에게도 높은 점수를 사 주가가 올들어 현재까지 두배가까이 뛰어 올랐다.
이를 위해 그는 지난 몇개월동안 조직개편과 사업구조조정 등 과감한 개혁을 단행했다. 매킨토시라인을 대폭 간소화하는 한편 공급업체를 5개에서 2개로 줄이고 최근에는 자사제품을 파는 소매점도 컴프USA로 단일화시켰다.이와 함께 「뉴턴」PDA와 같이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는 대신 최근에는 인터넷 세트톱박스와 CD, DVD플레이어의 복합제품을 개발하는 일명 「콜럼버스」프로젝트를 극비리에 진행시키고 있다.
특히 콜럼버스 프로젝트는 현재 가시화되진 않았지만 막대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미래시장에 대한 일종의 모험적인 투자이다.
또 그동안 고수해 오던 고가정책을 버리고 2백33MHz 파워PC750 노트북을 2천달러미만에 내놓는가 하면 1천달러미만 저가제품도 조만간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전략상으로는 지난해 9월 숙적관계였던 마이크로소프트(MS)로부터 1억5천만달러를 지원받고 제휴를 맺은 뒤 현재까지 MS와 공고한 팀웍을 유지해 오고 있다.양사가 맥OS용 자바 비주얼 머신을 공동개발중이라는 사실이 단적인 예이다.
그렇다면 애플 회생을 위해 헌신적인 노력을 마다않는 그가 이처럼 회장직을 고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서는 잡스가 단순히 몸값 때문에 애플 이사회와 협상을 끌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란 의견이 일단 우세하다. 회장직을 수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되 회사를 정상궤도에 완전히 올려 놓은 뒤 취임하는 모양새를 취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때문에 현재로선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매킨토시 시장점유율이 하락세에 있는 데다 전체 72%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픽사의 주가가 애플보다 더 높기 때문에 잡스가 픽사쪽으로 안전한 선택을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애플이 오는 22일 열리는 연례 주주총회이전에 잡스를 정식회장으로 임명할 지도 모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현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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